전남 영광 안마도 방목 사슴
‘가축’이면 총기 포획 안 돼
지자체 개체수 줄일 방법
환경부·농림부 간 협의 필요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 요청

전남 영광군 안마도 인근 섬에 수백 마리의 사슴이 30여년간 방치된 가운데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지자체도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방치된 사슴.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천지일보 2023.10.09.
전남 영광군 안마도 인근 섬에 수백 마리의 사슴이 30여년간 방치된 가운데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지자체도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방치된 사슴.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천지일보 2023.10.09.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전남 영광군 안마도 인근 섬에 수백 마리의 사슴이 30여년간 방치된 가운데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지자체도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85년 축산업자가 기르던 10여마리의 사슴이 30여년간 방치되면서 근친교배로 교잡종까지 발생해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서영신 영광군 축산진흥팀장은 “농식품부에서는 가축이 아니라고 하고 환경부에서는 야생동물이 아닌 야생화된 가축이라고 하니 의견이 분분해 어떤 법을 적용해서 처리해야 할지 모른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난감해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는 상부 기간에서 정리를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야생동물이면 총기포획을 해서 잡을 수 있지만, 가축이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환경부에 총기포획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부처간 협의가 돼 법령이 정해지면 예산을 세워 행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영광군의회도 방치된 사슴을 해결하는데 나선 상황이다.

강종만 의장은 “무단 방치된 사슴으로 안전·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는데 현행법상으로는 지자체가 해결할 방안이 없으니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환경부와 농림식품부에 권익구제를 위한 고충 민원을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10여마리 사슴이 수만마리로

1985년 축산업자가 기르던 10여마리의 사슴은 2년 전만 해도 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사슴을 잡아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은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현재는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사슴은 매우 민첩하고 수영도 잘해 섬마을을 왕래하며 농작물을 헤치고 있다. 울타리로 막아봐도 소용없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는 나무껍질까지 먹어 해치우니 산이 황폐해지는 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묘를 파헤치는 사례도 있어 주민들 고충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임경호 낙월면장은 “산림 훼손은 물론 생태환경이 위협받고 있다”며 사슴 피해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어나는 사슴으로 주민들은 골치를 앓고 있지만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는 부분에 대해서 환경부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권익위 측은 야생동물로 지정하자는 방향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가축이라는 답만 반복하고 있다.

전남 영광군 안마도 등 인근 섬에 30여년간 무단 방치된 사슴 1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 사슴들은 바다를 건너 인근 섬까지 건너와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할 정도다. 사진은 방치된 사슴이 농작물을 헤쳐 놓은 모습.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천지일보 2023.10.09.
전남 영광군 안마도 등 인근 섬에 30여년간 무단 방치된 사슴 1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 사슴들은 바다를 건너 인근 섬까지 건너와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할 정도다. 사진은 방치된 사슴이 농작물을 헤쳐 놓은 모습.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천지일보 2023.10.09.

정환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본지의 질문에 “사슴은 축산법상 야생동물이 아닌 ‘가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총으로 포획하는 것은 안 된다”며 “다만 멸종위기에 있는 ‘대륙사슴’은 야생동물로 관리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의 입장 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 과장은 “안마도 방류 사슴에 의한 전반적 사항에 대해선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심하고 있다며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박일수 농림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국민권익위원에서 관련 설문조사를 했지만, 의견이 다르다”며 “30여년간 방치된 상태였기에 이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한다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를 비롯해 각 부처 간 합동으로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환경부와 농림축산부의 의견도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 의견 수렴에 나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와 관계기관들은 사슴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과 주민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 11~20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 협의를 시작했다. 의견 수렴 결과 응답자 4645명 중 3245명(69.9%)이 “안마도 사슴은 야생동물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2681명(61.6%)은 “총기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포획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3383명(72.8%)은 “안마도와 같이 고립된 일부 지역에서 야생화된 가축이 피해를 끼치면 지자체와 협의해 유해야생동물에 포함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3872명(83.4%)은 “기존 동물보호법 이외 축산법에 가축 무단 방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규정하자”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제한적 범위에서 총기를 사용한 포획이 가능하지만 사람이 기르던 가축을 야생동물로 볼 수 없고 사람의 잘못으로 시작된 문제를 동물의 생명 침해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응답도 나왔다.

◆사슴 육지로 유출돼선 안 돼

손창남 사슴협회 사무총장은 “안마도 사슴은 ‘근친교배’로 교잡종이다. 만약 사슴들이 시중에 유통되면 전염병 보유 여부 등 가축개량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영광군에 안마도 사슴이 육지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손 사무총장은 “생명 있는 동물인데 사슴만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미래의 사슴 축산의 발전을 위해서 안마도 사슴은 절대 유출돼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관광객들이 안마도에 갔을 때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며 “미리 방지를 위해서라도 살처분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꽃사슴 종류는 순하다고 생각하는데 야생성이 있다”며 “방목 사슴은 민첩한 동물이라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엘크로 인해 매년 사슴 농가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농작물 피해뿐 아니라 사람한테도 위협이 된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전남 영광군 안마도 인근 섬에 수백 마리의 사슴이 30여년간 방치된 가운데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지자체도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방치된 사슴.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천지일보 2023.10.09.
전남 영광군 안마도 인근 섬에 수백 마리의 사슴이 30여년간 방치된 가운데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지자체도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방치된 사슴. (출처: 국민권익위원회) ⓒ천지일보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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