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산업생산지수 2.2%↑
반도체 생산 13.4% 늘어
9월 소비자물가 3.7%↑
국제유가·농축수산물 영향
정부 “10월부터 다시 안정”

부산항. ⓒ천지일보DB
부산항. ⓒ천지일보DB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경기 회복의 가늠자가 될 8월 산업활동 지표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발표됐다. 정부는 전반적인 경기 회복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다만 정부가 주술처럼 되뇌인 ‘상저하고’ 경기회복론이 실현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생산과 소비, 투자가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개별소비세 조정에 따른 자동차 판매위축, 여름철 기상악화 등의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봤다.

8월 산업 생산은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락세였던 반도체 생산이 반등하면서 광공업 생산이 늘었고 서비스업 생산도 소폭 증가한 영향이다. 8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2.1(2020년=100)로 전월보다 2.2% 증가했다.

산업 생산 증가를 견인한 것은 광공업이었다. 광업과 제조업, 전기·가스업에서 모두 생산이 늘어 전월보다 5.5%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13.4% 늘어 지난 3월(30.9%)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예술·스포츠·여가를 중심으로 0.3% 늘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생산은 최근 수요가 증가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8월 산업활동 지표는 7월의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조정에서 벗어나 광공업 중심으로 상당 폭 개선됐다”며 “3분기 제조업·순수출 중심의 회복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 전망이 반도체 및 기계 장비 생산에 영향을 주면서 산업 생산 증가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8월(3.4%)에 이어 3%대 오름세를 이어가며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류값 하락 폭이 9월에는 4.9%에 그쳤다. 지난 7월 -25.9%, 8월 -11.0%에 이어 한 자릿수로 석유류값 하락세가 둔화하면서 역으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밀어 올린 셈이다. 석유류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p)에서 8월 -0.57%p, 9월 -0.25%p로 둔화했다.

농축수산물은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이 가운데 농산물이 7.2% 오르며 작년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54.8%), 복숭아(40.4%), 토마토(30.0%) 등 과실류가 큰 폭으로 올랐다. 여름철 폭염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생강(116.3%), 당근(37.2%), 쌀(14.5%)도 고공행진을 보였다. 축산물은 1.6% 내리고 수산물은 3.5% 올랐다.

김보경 심의관은 “농산물은 8~9월 이른 더위 및 폭염 등 여러 가지 기상 여건에 의해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곡물 같은 경우 산지 재고량이 감소하면서 (물가가) 상승한 부분이 있고 특히 산지 출하량이 조금 감소한 사과라든지, 복숭아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많이 가격이 상승했다. 또 바나나 등 수입 과일도 수입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부는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 물가 흐름이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비스 물가의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부터 둔화 흐름을 보여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오른 데 대해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한 가운데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전월에 이어 오르면서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반적인 ‘상저하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낙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저하고의 실현을 위해서는 소비가 살아나야 할 것 같다”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조짐은 있지만 단가 회복이 느려 아직 확실히 살아난다고 보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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