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기까지 ‘괴뢰’ 표현 쓴 건 이례적

(서울=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있었던 북한의 득점 장면과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2일 보도했다. 매체는 "경기는 우리나라 팀이 괴뢰팀을 4: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한 가운데 끝났다"고 전했다.[조선중앙TV 화면] 2023.10.2
(서울=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있었던 북한의 득점 장면과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2일 보도했다. 매체는 "경기는 우리나라 팀이 괴뢰팀을 4: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한 가운데 끝났다"고 전했다.[조선중앙TV 화면] 2023.10.2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북 여자축구 경기 결과를 보도하며 한국의 국가명을 ‘괴뢰’로 지칭했다.

‘북한’ ‘북측’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반발하더니 정작 우리나라 축구팀을 괴뢰라고 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 남북축구 보도서 한국 ‘괴뢰’ 표기

조선중앙TV는 2일 남북 여자축구 대결인 지난달 30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 경기 결과를 전하면서 한국을 괴뢰로 표기했다. 북한팀 득점 장면 위주로 편집한 영상 하단의 자막에서 ‘조선 대 괴뢰’라는 표현을 고수한 것이다.

중앙TV 아나운서는 “여자 축구 우리나라팀과 괴뢰팀 사이의 준준결승 경기가 진행됐다”면서 “경기는 우리나라(북한) 팀이 괴뢰팀을 4: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타승한 가운데 끝났”다고 전했다.

‘괴뢰’ ‘괴뢰팀’이라는 표현은 북한이 주로 남한을 비난하는 선전전에서 사용되던 용어다. 사전적으로 괴뢰는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인형을 뜻한다. 남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나 조직을 말한다.

북한 매체에서 ‘괴뢰’라는 표현의 빈도수는 남북 간 강대강 대결을 고수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들어 특히 높아졌다. 하지만 스포츠경기에서까지 괴뢰라는 표현을 쓴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이전까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북한이 공식적인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을 ‘괴뢰’ ‘괴뢰팀’이라고 지칭한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때도 사용된 ‘남조선’이라는 표기가 일반적이었다.

◆강대강 남북 현실 반영됐나

이런 북한의 행태는 강대강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남북 관계 현실이 반영된 모습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더 이상 한민족이라는 특수 관계를 인정치 않겠다는 의도라는 것인데, 스포츠경기에서까지 ‘괴뢰’라는 용어를 쓴 건 정치적인 것을 넘어 민간 영역 등 모든 분야에서 적대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 간 대화는 물론 민간 교류까지도 일절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각종 연설과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별개의 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냉전 시대 볼 법한 단어가 스포츠 분야까지 등장한 것을 두고 북한이 현재의 동북아 정세를 신냉전 대결 구도로 규정짓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연대 구축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다만 북한 자신들이 정작 ‘국제대회에서는 정확한 국가명을 불러야한다’며 최근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을 보면 그렇게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9일과 30일 항저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북한’ ‘북측’이라고 부르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DPRK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부르지 말라.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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