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가뭄 우려 해소 위해 대규모 공급책 발표
사업 추진 주체 LH, 부실운영·전관문제 등 ‘어수선’
2년 전과 ‘데자뷔’… LH 쇄신 여전히 제자리 상태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 12만호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추진해야 할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우려가 계속되면서다.

LH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년 전 임직원 부동산 투기 문제로 발표했던 쇄신안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발생한 철근 누락 사태와 전관 문제가 드러나면서 ‘실효성이 있었느냐’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연말까지 공공부문 12만호 추가 공급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주택 공급 가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공급의 핵심인 수도권 3기 신도시 3만호, 신규택지를 2만호 늘린 8만 5천호, 민간 물량 공공전환 5천호 등 총 12만호를 추가 공급하면서다.

또한 신규 공공택지 물량 2만호 대상 발표를 내년 상반기에서 오는 11월로 앞당긴다. 올해 공공주택 건설계획에 잡힌 공공분양 7만 6천호와 공공임대 3만 5천호는 지구계획·주택사업계획을 동시에 승인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 최대 6개월 이상 단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LH의 공공택지 대금 연체율 상한을 늘려주고 일부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택지 전매제한도 풀어준다. 올해 6월 말 기준 택지지구 내 공동주택용지의 분양 대금을 연체한 사업장은 총 46개 필지, 약 1조 1336억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오른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2023.9.26 (출처: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오른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2023.9.26 (출처: 연합뉴스)

◆‘LH 제구실 가능 여부’에 쏟아지는 우려

문제는 이를 추진해야 할 LH가 ‘제구실을 할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공사 부실 감독, 전관 업체, 꼬리 자르기 인사 등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LH는 올해 4월 인천 검단 LH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이후 드러난 운영 실태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부실시공이 의심됐지만, 이후 설계 단계에서도 보강 철근 누락이 확인되면서다. 설계는 설계사는 물론 발주처의 확인이 필수적인 부분이라 LH의 책임 소지가 크다. 또 사고 아파트의 설계와 감리를 LH 전관 업체가 맡은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LH가 ‘인적쇄신’을 내걸면서 단행한 상임이사 4명의 사표 수리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당 임원들은 임기가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한 달가량 남겨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꼬리 자르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H의 위태로운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보고 누락’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철근 누락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번엔 아파트 외벽에서 철근이 설계 단계에서 누락됐다. 해당 아파트는 벽식 구조라 건물 외벽이 건물 하중을 지지한다. 단지는 오는 2025년 6월 입주 예정이며, LH는 지난달 11일부터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LH 내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LH 직급별·연도별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젊은 직원의 퇴사율이 늘고 있다. 2030세대는 대부분 4~6급 직원인데 최근 몇 년 새 이들의 퇴직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35명, 올해에도 7월까지 57명이 퇴사했다. ‘땅 투기’ 사건이 발발했던 지난 2021년에는 181명이 LH를 그만두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 사장은 91개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 5곳이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지난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 사장은 91개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 5곳이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지난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출처: 연합뉴스)

◆2년 전 외쳤던 ‘LH 쇄신’, 여전히 제자리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에 몰두해야 할 LH가 잇단 사건·사고로 홍역을 치르자 2년 전에 단행했던 ‘LH 혁신안’도 뭇매를 맞고 있다. 2년 전 국회는 LH 임직원 투기 방지를 목표로 하는 이른바 ‘LH 5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비리 단속에만 주안점을 둔 나머지 건설 부문에선 아무 기능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LH 5법에는 ▲임직원들의 재산 등록(공직자 윤리법) ▲국토부 장관의 공사 임직원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기조사 실시 및 공직자윤리위원회 통보(한국토지주택공사법) ▲임직원의 업무 관련 부동산 보유 혹은 매수 시 신고(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등 내용이 담겼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2021년 4월 26일 김현준 LH 사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8월 2일 이한준 LH 사장도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5일 기자회견을 통해 “해체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전면적인 LH 쇄신이 필요한 때이지만, 국토부도 LH도 말로만 혁신을 이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방지 혁신안 이행 실태 발표 및 LH 혁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9.5. (출처: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방지 혁신안 이행 실태 발표 및 LH 혁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9.5. (출처: 연합뉴스)

LH 혁신안에 포함된 퇴직자 취업 제한 대상 고위직 확대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난 2021년 6월 이후 최근까지 LH 퇴직자 21명 가운데 취업 불가 판정을 받은 사람은 1명에 그쳤다. 다만 퇴직자가 감리·설계 업체에 취업하면서 LH가 맡은 공사 입찰을 둘러싼 전관 특혜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경실련은 “LH를 주택개발 업무와 제3기 신도시 사업 참여에서 배제하고 공직자 투기·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실효성 강화, 분양원가 등 투명한 행정정보 공개, 전관 영입업체 입찰 참가 배제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LH 신뢰도 추락은 추후 신도시 조성 및 신규택지 개발 과정에서 주민·사업주체들 불신과 그에 따른 사업 지연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미 3기신도시 착공·입주지연으로 시장 기대감이 상당 부분 떨어진 것도 LH주도 공급사업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