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법 앞의 평등’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두 용어는 서로 상반된 뜻을 가진다. 우리나라 최고 법인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명시돼 있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성행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는 뜻이다. ‘전관예우’라 해서 법조계 고위직에 퇴직한 변호사에게 고액을 주고 사건을 맡겨 형량을 줄이거나 법망을 피해가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을 근거해 판결을 내리지 않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세간에는 ‘판새(판사새X)’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검찰이 법원 판단의 논리적 부당함을 지적하자 ‘역풍 방어막에 나선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주장들은 법원에 대한 판단을 정의롭고 완벽한 판결이라는 전제로 둔 것이다. 만약 사건 심리를 맡은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이번 판단이 정치적 성향이나 학연·지연·혈연 등의 영향이 미쳐 평등하지 못한 판결이었다면, 이러한 주장들의 타당성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실제 이번 판결이 평등에 근거한 판결이라는 데엔 의구심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제1야당 대표라는 신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다. 유 부장판사는 구속 핵심 사유인 증거인멸 부분에서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해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는 법 앞에 누구나 평등이라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항이다. 아울러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결했음에도 ‘증거 인멸 염려가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증거인멸 전력을 인정했음에도 향후 염려가 없다는 것은 말의 어폐가 있기 때문이다.

또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가 직접 결재한 공문, 이 대표 지시를 받고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담당 공무원 진술 등이 모두 이 대표 혐의를 입증할 증거였지만,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도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아울러 대북송금과 관련해선 비용 대납의 수혜자가 이 대표라는 점과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 북한에 800만 달러가 대납된 사실 등은 접어두고 이 대표의 인지·지시 여부에 대해서만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도 판단의 타당성이 부족해 보인다.

검찰은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되지만 재판부가 이번 구속 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현직 야당 대표’라는 신분을 정치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반 사건에서 증거인멸이 이정도였다면 영장이 발부됐을 것인데 ‘정치적·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구속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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