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 하루 추가돼 6일
직장 휴가 내면 최장 10일도
인천공항 해외여행 인파 북적

[천지일보 인천=이한빛 기자]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카운터에서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8.
[천지일보 인천=이한빛 기자]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카운터에서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8.

[천지일보=유영선, 이한빛 기자] 올해 추석 연휴는 대체공휴일이 하루 추가돼 6일이나 된다. 정부는 올해 추석 연휴와 10월 3일 개천절이라는 징검다리 연휴 기간을 맞아 전날인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추석 연휴가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총 6일로 연장된 덕분에 가족과 친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여유롭다.

전국이 모두 일일생활권인 만큼 고향을 찾는 데 시간이나 거리가 더 이상 문제 되지 않는다. 올해 추석이 6일간의 긴 연휴임에도 불구, 성인 남녀 2명 중 1명은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본지는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사실상 엔데믹에서의 맞은 첫 추석 연휴를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역, 전통시장, 대학가 등에서 만난 시민에게 어떻게 보낼 것인지 들어봤다.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첫 해외여행”

6일간의 추석 연휴가 이어지면서 인천국제공항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여행객들은 가족과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인원이 적지 않았다. 특히 추석 연휴가 6일로 길어지면서 직장 휴가를 내고 열흘 안팎의 연휴 기간을 갖는 이들도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정모씨(28, 여, 서울시 동작구)는 “지난 설 명절에는 가족과 제사를 지내면서 같이 밥을 먹고 시간을 보냈었다”며 “(하지만) 이번 추석 때는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싶고 부모님과 기억에 남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중국에 가려 한다”고 말했다.

양모(44, 여, 서울시 송파구)씨는 올해 추석 연휴에는 남편과 함께 직장 휴가를 내고 해외로 장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양씨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갔다”며 “이번에 신랑과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했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1일 추석 연휴인 27일부터 다음달 3일 일주일 간 총 121만 3319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평균 기준 17만 3331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6만 6명) 대비 188.9%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추석 연휴(17만 9462명)와 비교하면 96.6%까지 회복됐다.

[천지일보 인천=이한빛 기자]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8.
[천지일보 인천=이한빛 기자]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8.

◆성인 51% “고향 방문 계획 없어”

최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역에서 기다리던 박모씨(29, 여)는 “코로나 이전에는 친척들과 제사도 지냈지만 이후에는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안 가고 있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6일이나 되는 ‘황금연휴’를 친척들과 제사를 지내는 것보다 가족과 가까운 일본 여행을 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여행을 택하는 젊은층이 적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온라인 조사 전문 기관 피앰아이가 성인 남녀 3000명을 조사한 결과 과반인 51.2%가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고향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연휴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10명 중 3명이 ‘아직 아무 계획이 없다(33.6%)’라고 응답했다. 그다음으로 ‘집에서 게임 OTT나 TV를 즐길 예정이다(22.2%)’ ‘밀린 집안일(17.4%)’ ‘국내 여행(15.4%)’ ‘해외 여행(10.6%)’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정모씨(30, 남)는 “원래 명절 되면 가족과 친척들과의 교류가 있었는데 최근 몇 년은 서로 안 좋은 일이 있고 해서 가족끼리 제사를 지낸다”며 “이번주 목요일부터 추석 연휴인데 제사 지내고 부모님과 함께 나들이도 다니면서 명절을 즐기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안담희(27, 여)씨는 “추석 때 친척들과 교류가 없어 명절에는 집에 있다”며 “이번주에 내려가게 되면 가족들과 함께 외식하면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거리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8.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거리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8.

◆“남대문 시장 외국인 발길↑… 장사할 것”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22일에는 남대문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소비자를 만나봤다. 로드샵을 운영하는 대다수 상인들은 추석 명절 당일을 제외하곤 장사를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를 판매하는 장모(65, 여)씨는 “이번 추석 명절 기간에는 쉬지 않고 장사를 하려고 한다”며 “코로나 이후 남대문시장이 외국인의 방문이 늘고 있어 점점 활기를 띠고 있는 만큼 그 특수를 누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옷가게 로드샵을 운영하는 백모(남, 58)씨는 “외국인의 방문이 늘어 수혜를 입는 상인들도 있지만 동남아 쪽은 거의 도움이 안 된다. 일본인이 와야 그나마 소비하지 동남아 쪽은 아이 쇼핑이다. 중국인들은 백화점이나 명동으로 가지 재래시장에선 소비하지 않는 편”이라고 푸념했다.

생선 가게를 방문해 도미와 가자미를 산 엄모(74, 여)씨는 “이번 명절 연휴가 길어 우리 아들과 며느리도 베트남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며 “우리 애들뿐 아니라 이번 연휴에 일본, 방콕 등으로 해외여행 가는 젊은이들이 주변에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 22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홍태정씨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박한빛씨가 인터뷰 도중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8.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 22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홍태정씨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박한빛씨가 인터뷰 도중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8.

◆혼자 여행하거나 공부하는 대학생들

대학가를 찾아 학생들에게서 긴 연휴 계획을 들어봤다. 대학생들은 본가를 방문한 뒤 가까운 바다를 보러 가거나 시험 준비로 인해 고향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하는 등 다양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문성효(24, 남)씨는 “고향이 제주도라서 부모님을 많이 못 보기 때문에 시험 등 중요한 일정이 없으면 내려 간다”며 “제주도에 내려가서 가족과 밥도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홍태정(남)씨는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넓은 바다를 보러 갈 생각”이라며 “본가인 강원도 동해에 들렸다가 근처 바다로 가서 ‘내가 과연 사회를 위해 미래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결정지으려고 한다”고 했다.

또 홍씨와 친구인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한빛(남)씨는 “이번 명절에는 본가에 내려가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할 것”이라며 “회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활기차고 유쾌한 모습을 보인 이들은 “사회가 너무 어렵다 보니 각박한 세상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있어야 살아갈 동력이 된다. 등불이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추석 명절에도 불가피하게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방관과 편의점 사장과 알바, 택배기사 등은 6일이나 되는 긴 연휴에도 고향에 갈 수 없다.

김길중 소방본부사무처장은 지난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데 명절 때마다 가본 적이 거의 없다”며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거의 못 내려간다. 설이나 추석 때 화재 진압이나 예방 차원에서 근무를 서야 해 고향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명절 때마다 처와 중학생인 아이만 고향에 가고 있다.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역 주변 GS25에서 근무 중이던 정모씨(65, 남) “이번주가 추석인데 쉬는 날 없이 그대로 일할 예정”이라며 “가족과 함께 여행도 가고 싶고 외식도 하고 싶지만 일 때문에 그럴 시간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세븐일레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모씨(33, 여)는 “명절에 근무할 사람이 저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일하게 됐다”며 “추석 때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가족들과 같이 있고 싶은데 서러워도 어쩌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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