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회담 계기 군사협력 노골화하며 ‘반서방 연대’ 구축 평가
中, 북러 만남 거리두면서도 접촉… 한미일 관계 관리 의지도
중러 사이 ‘꽃놀이패’ 쥔 북, 中의 신중론 속 실리외교 가능성
북러 전격 만남에 미국 등 서방 촉각… 여론전 펴며 ‘왕따’ 비아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러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각국이 자국의 셈법에 따라 분주하지만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맞서 북중러가 본격 맞대응에 나서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본격 가동할 것이라는 우려인데, 북러가 군사협력을 노골화했고 나아가 북중러 삼각 연대로 나아갈 수 있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변수는 남아있지만 미중 간 갈등에 맞닥뜨린 현실에서 진영 간 논리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만 동북아 신냉전의 최전선에 내몰리는 꼴이 됐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동북아 신냉전 구도의 선봉장 역할만이 답이라는 듯 가는 곳마다 큰 소리를 치며 북중러를 자극했다.  화들짝 놀란 미국은 북러 회담 관련 핵심정보 사항을 대거 방출하며 견제에 나섰지만 막지 못했고, 서방 언론들은 북러 정상 만남에 촉각을 세우며 시시각각 전 세계에 타전했다.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겠다는 김정은-푸틴의 합작품이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북러 정상, 이해관계 맞물린 만남

북러 정상의 최근 만남은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떨어진 탄약,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북한에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 첨단 군사 기술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거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 않아 이들이 회담에서 어떤 논의를 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북러 무기 거래 가능성을 시사하며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웠는데, 반서방 연대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북한의 탄약‧무기 지원이 현실화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재편될 수 있어 미국 측으로선 그들만의 계획이 틀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대한 인식차가 나타나고 있고 또 전쟁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인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과 맞물려 상대당인 미국 공화당에서는 이미 전쟁 지원 보류 입장을 지속해서 드러내는 등 곤혹스런 처지다.

북러 연대 강화는 최근 한미일의 군사협력 움직임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외교가 안팎에선 벌써부터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10월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인 중국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김 위원장이 전격 참석해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에 맞선 ‘북중러판 캠프 데이비드’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국 견제라는 전략적 일치를 북중러 연대로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북러 협력 수위가 여러 방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만만치 않은 건 이 때문인데, 다만 러시아가 그간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문제 등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어겨가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적 지원만은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중국 관여 여부 변수될듯

변수는 중국이 얼마나 관여하느냐다. 북러 연대가 북중러 연합훈련 등 ‘3각 안보협력’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중국 외교부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며 즉답을 피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의 원인이 됐다.

중국 당국이 북러 관계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냐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관계 속 한미일 간 강한 군사협력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는 달리 북한의 과도한 군사적 긴장 상승을 일정 정도 관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북러 간에 전망되고 있는 군사 분야 협력에 중국이 가세할 만큼 북중러 3자 관계가 긴밀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냉전 구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정권 안정·체제 결속을 위해 바라는 것인 한편, 미국과 갈등 국면인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 지원을 받아 대북제재 완화 협상 등에서 목소리를 높이려는 것이라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논리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윤 정부가 굴욕적이라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미일과 안보 공조·관계 개선을 정책 성과로 부각하지만 북중러도 결집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외교가 안팎의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통일부 당국자도 14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날 중국에 대해 “상호 의존성이 굉장히 심하고 국제사회에 발을 한 발 담그고 있다”면서 “북러 연대에 가담을 한다면 견딜 수 없는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중국도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동북아 안보 지형의 급변을 초래할 수 있는 러시아의 개입에 신중히 대응하려는 게 우선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김 위원장의 방러 국면에 선을 긋는 듯했으나 다시금 앞서 18일(현지시간) 중러 외교수장 간 대면접촉 채널을 가동하며 긴밀하게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연출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러시아의 군사 개입 자제를 촉구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결국은 미국 등 서방에 맞선 권위주의 진영 간 연대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다분하다. 그간 무역 통상과 대만해협 등 현안에서 중국 견제에 주력했던 미국이 중국과의 거리감 좁히기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북러 군사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균형추로서 인도·태평양 정세와 관련해 존재감을 키워갈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온다. 중국도 북러와 함께 한미일과의 관계를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北줄타기 외교… 한반도 긴장만 고조

북한 입장에서는 중러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개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을 넘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외교적 고립에서 탈출하는 동시에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국경 폐쇄 탓에 생긴 경제난 타개를 위한 각종 원조를 받아내는 등 이익을 볼 지점이 많아 꽃놀이패를 쥔 게 아니냐는 얘기다.

북러 관계 강화를 계기로 북한이 지금처럼 중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옛 소련 시절처럼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며 실익을 극대화하는 행보를 택할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와도 궤를 같이한다.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보고 최소한의 지원만을 해 왔던 터라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 간의 관계는 그렇게 원만한 편이 아니라서 북한이 중러 사이에서 적절하게 실리를 취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각에서 북중러 연대를 이합집산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는 해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북중러가 각각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분주한 가운데 북중러의 결속 강화로 지정학적으로 맞닿아 있는 한반도 긴장만 고조되는 형국이 됐다. 우리 안보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인데, 북러 군사협력이 실제화할 경우 동북아 군비경쟁 속 한국 정부의 안보 비용이 급속히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 외교가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미국 행동대장을 자임하는 게 맞다는 신념으로 뻥뻥 질러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지만 이전만큼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신들은 쏙 빠진 채 러시아 등 동유럽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앞세우고, 중국 등 동북아는 일본과 함께 한국을 종속구조로 끌어들여 대신 방어하게 하는 등 미국의 오랜숙원인 외교 정책을 완성하는 듯 했지만 이는 되려 북중과 북러를 넘어 북중러의 결속을 가속화하는 등 반발 역시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북러 간 만남에 대해 히스테리컬하기까지 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미 국무부는 연일 대북제재 부과를 거듭 확인하고 있고,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선 국제적인 ‘왕따(pariah)’, ‘구걸(begging)’ 등의 표현으로 비아냥댔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관여하려는 행태다. 이전과 같은 외교적 수사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트럼프’의 재등장과 마주쳤고, 외부적으로는 북한을 제재할 효과적인 수단이 사실상 마땅치 않다. 더군다나 북러의 연대는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대북제재 시스템 자체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북러 동향 관련 핵심 기밀을 대거 공개하면서 북러 무기 거래를 ‘나쁜 거래’로 몰고가는 등의 여론전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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