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관습을 근절하겠다며 강경대응을 이어가자 업계 관계자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사진은 아파트 건설현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출처: 연합뉴스)
정부가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관습을 근절하겠다며 강경대응을 이어가자 업계 관계자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사진은 아파트 건설현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국토교통부는 한계에 봉착했다. 올해 4월과 지난해 1월, 재작년 6월 등 매년 굵직한 부실 공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설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정부는 ‘일벌백계’라는 손쉬운 해결책을 꺼내둘 뿐 조정을 뒷순위로 미룬다. 의지가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능력이 없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 말이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과 건설의 성격이 다르다는 부분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둘을 모두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건설업계 조정의 필요성은 오늘날 처음 등장한 화두가 아니다.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그간 계속 거론됐었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그 문제가 좀 더 선명해졌을 뿐이다. 문제는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점에 있다.

재작년 6월에는 광주 학동에서 철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9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가 붕괴해 6명이 사망했다. 모두 도급 순위 10위 안에 드는 정상급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고다. 그리고 국토부 장관은 ‘최고 수준의 처벌’을 외쳤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처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걸 알고 있기에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가 사고 건설사에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간 탓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그때도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혹은 여건상 뒷순위로 밀렸다.

그리고 뒷순위로 밀린 결과는 올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의 LH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 정부가 무량판 공법을 ‘악의 축’으로 삼는 과정에서 ‘무량판 포비아’가 발생하긴 했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무량판 공법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무량판 포비아는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 문제와 직원 비위 사태로 ‘또’ 확산했다. 논란이 되는 대상이 계속 바뀌는 것은 본질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LH를 처벌하면 비슷한 사고가 없어질 거라고 보냐’는 물음에 고개를 내졌는다. 처벌한다고 끝날 문제였다면 이미 해결됐을 거라는 게 이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같은 얘기를 했다. 요점은 발주자의 책임을 확대하고, 감리 제도를 개선하고, 건설업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날 토론회에서 새롭게 등장한 내용이 아니다. 즉 그동안 뒷순위로 밀렸던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왜 같은 문제와 같은 해결책이 제시되는 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부동산을 두고 공부하는 사람 중 간혹 발주처와 감리사와 설계사를 구분하는 이를 볼 수 있다. 다만 발주처가 건물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어떤 책임을 지는지, 감리사가 현장을 감리하는데 왜 사고가 발생하는지, 설계사가 공사 현장에서 지시하는지 여부 등에 관심을 두는 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부동산과 건설이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과 유통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고의 칼을 만드는 장인이 최고의 칼잡이는 아닌 것처럼 부동산은 건물을 활용하고, 건설은 건물을 짓는다. 부동산 전문가와 건설 전문가의 관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는 자본의 흐름을 따라가고, 건설 전문가는 기술적·산업적 측면에서 현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우리나라 국토 개발 계획과 건설 규제, 항공과 도로 등 교통 관련해 전반을 다룬다.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과 건설업계 모두를 누수 없이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일타 강사”라고 자처한 적이 있다. 부동산 전문가라고 선언하는 동시에 건설 기술에 대해선 문외한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건폭노조와의 전쟁’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아직 더 필요한 것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중에도 국토부의 시계는 돌아간다. 추석을 맞아 정부가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은 국가 경제에 필수적인 부분이라 이를 관리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공급 정책은 균형 발전과 부동산 안정화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흘러간다. 드는 돈이 많고, 손댈 부분이 많은 건설업계 조정이 이번에도 뒷순위로 밀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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