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달빛갤러리서
최근 2~3년 내 작품 30여점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전남 여수시 달빛갤러리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지역 원로작가 주일남 선생의 개인전이 전시됐다. 

주일남 선생은 황혼(黃昏)이라는 자화상에서 “인생이 황혼에 다다라 마지막 문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저 조금 벌어진 문틈에서 보이는 빛이 어떤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갈지 두렵기도 하지만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설렌다”고 회상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지난 15일 여수 달빛갤러리에서 지역 원로작가 주일남 선생의 ‘응축된 도시’가 전시됐다. 사진은 주일남 선생이 전시회 포스터 앞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지난 15일 여수 달빛갤러리에서 지역 원로작가 주일남 선생의 ‘응축된 도시’가 전시됐다. 사진은 주일남 선생이 전시회 포스터 앞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천지일보 2023.09.26.

그러면서 “그림은 업보인 것 같다”며 “안 그리면 짐이 되고 그리고 있으면 즐거움과 부담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또 “어느 관람객이 여러 사람 작품 같다는 평을 했다”며 “도시를 그리다 영감이 떠오르면 사람을 그리거나 정물을 그렸다”며 “나이가 드니 영감이 금방 떠올랐다 지워졌다 해 그림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놀이감이 또 없다”며 그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선생은 1941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팔순이 넘었다. 선생은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퇴직했다. 천지일보가 방문한 전시회 개관식에는 선생의 제자도 왔었다. 이정미(가명, 43)씨는 “선생님께 섬마을에서 중학교 음악과 미술을 배웠다”며 “장난스럽게 언어 개그를 하시던 모습이 그대로 기억난다”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달빛갤러리 2층에 자리한 황혼과 그림 재료들.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달빛갤러리 2층에 자리한 황혼과 야외에 작품 활동을 나갈 때 그림 재료들. ⓒ천지일보 2023.09.26.

평소 화가로서 주일남 선생은 피카소, 마네, 세잔, 벨라스케스, 들라크루아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의 작품은 모두 최근 2~3년 이내 30여점의 작품들로 작품 어디에도 그의 나이가 보이지 않았다.

갤러리 2층 황혼이 걸린 전시장 옆에는 주 선생이 평소 야외로 그림을 그리러 나갈 때 챙기는 가방 속 재료들이 전시돼 있다. 세월에 낡은 가방과 팔레트, 물감, 붓은 그간의 세월을 보여주는 듯해 인상 깊었다. 

이민하 한국미술협회 여수지부장은 “선생님의 다양하고 세밀한 작품들을 보며 한 사람이 평생 많은 변화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드라마틱한 인생이 어디 있겠냐?”며 “요즘 100세 시대니 계속 그림 그리시며 건강하고 즐거운 노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축사했다. 

전시 서문을 작성한 유상국 미술 잡지 굿 아트 편집장은 “주일남 선생님의 서문 작성이 100번째 화가였다”며 “주 선생님은 화가로서나 생활인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사시는 것 같다. 좋은 작품을 후배들을 위해 보여주신다는 것이 행운의 작가인 것 같다”고 전시를 축하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1948년 10월 19일 여순사건을 모티브로 2022년 유화로 채색한 ‘울 밑에 선 봉선화야!’ 작품. 주 선생이 실제로 9살 화치마을에서 겪은 기억을 토대로 그린 작품.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1948년 10월 19일 여순사건을 모티브로 2022년 유화로 채색한 ‘울 밑에 선 봉선화야!’ 작품. 주 선생이 실제로 9살 화치마을에서 겪은 기억을 토대로 그린 작품.

주 선생은 2022년 캔버스에 유화로 채색한 ‘울 밑에 선 봉선화야!’란 작품에서 1948년 10월 19일 여순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9살 어린 나이 화치마을에서도 엄청난 피바람이 불었고 그때의 동물적인 만행들이 밤마다 두려움을 떨게 했다며 그 안타깝고 억울한 마음과 아픔들을 씻김굿으로라도 씻어줘야 하겠다는 염원에서 그렸다고 한다. 역사의 아픔을 주 선생만의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관람객들은 이 그림 앞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다.  

끝으로 주일남 선생은 “그림이 정신적으로 피곤한 대가를 치르지만 하루 종일 해도 심심하지 않다”며 “무릎은 안 좋다. 아직 팔은 쌩쌩하다. 팔이 건강할 때까지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해 다음 전시회의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여수 달빛갤러리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12시부터 13시까지는 점심시간 휴무, 매주 월요일과 추석 연휴 기간(28~30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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