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한·미 기업 비교분석
한국기업, 영업익만 63.4%↓
IT·에너지분야 실적악화 원인

한국 100대 기업의 산업별 경영실적. (제공: 한경협)
한국 100대 기업의 산업별 경영실적. (제공: 한경협)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이 미국 100대 기업에 비해 매우 저조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지속된 가운데 정보통신(IT)과 에너지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부진이 실적 악화를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옛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총 100대 비금융 기업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100대 비금융 기업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100대 기업은 사업 규모를 나타내는 ‘매출’과 더불어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모두 미국 100대 기업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100대 기업 총매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3조 7828억 달러(약 5055조 7천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 8720억 달러(약 5174조 9천억원)로 2.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 100대 기업 총매출은 7444억 달러(약 994조 9천억원)에서 7463억 달러(약 997조 4천억원)로 0.3% 증가한 것에 그쳤다.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미국과 한국의 100대 기업 모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줄었으나 감소 폭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 총액은 6643억 달러(약 887조 8천억원)에서 6385억 달러(약 853조 3천억원)로 1년 새 3.9% 감소했다. 이와 달리 한국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 총액은 678억 달러(약 90조 6천억원)에서 248억 달러(약 33조 1천억원)로 63.4%나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미국 100대 기업은 3.2% 소폭 증가한 것과 달리 한국 100대 기업은 68.0%나 감소 폭이 컸다.

한경협은 업황이 나빠진 반도체를 비롯해 IT 기업과 에너지 기업의 실적 악화가 우리나라 대기업 경영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 IT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 4.8%, 4.4% 감소했다. 반면 한국 IT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총액은 각각 21.5%, 113.0%, 109.4%나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 100대 기업 가운데 경영실적이 가장 저조했던 에너지 분야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총액 감소 폭은 모두 20% 내외였다. 하지만 한국 에너지 대기업들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82.0%, 100.6% 줄며 더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양국의 시총 1위 기업인 애플과 삼성전자를 비교하면 애플은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2%, 10.0%, 9.2% 줄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21.5%, 95.4%, 86.9%로 감소 폭이 이를 크게 웃돌았다.

통신·미디어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미국 대표 기업인 메타플랫폼(메타)도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9%, 9.8% 늘었다. 하지만 한국 대표 기업인 카카오는 매출은 7.1% 증가한 데 반해 영업이익은 4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 감소 폭은 메타 4.6%, 카카오 90.3%로 조사됐다.

게임업체 블리자드와 크래프톤을 비교해보면 블리자드는 지난해 대비 매출 34.5%, 영업이익 64.7%, 당기순이익 96.7%로 증가했다. 이와 달리 크래프톤은 매출 -3.8%, 영업이익 15.2%, 당기순이익 -11.2%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양국 제약사 가운데 시총이 가장 높은 엘리릴리앤드컴퍼니와 SK바이오팜을 비교하면, 엘리릴리앤드컴퍼니는 매출 6.8%, 영업이익 -8.0%, 당기순이익 8.8%로 비교적 평이한 성과를 거뒀다. 반면 SK바이오팜은 매출 43.3% 증가, 영업이익 -47.0%, 당기순이익 –68.6%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 관계자는 “미국에 비해 한국 대기업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보다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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