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호자 요청 시 촬영해야… 최소 30일간 의무 보관
환자단체 “보관기간 짧아 불리” vs 의료계 헌법소원 제기

수술실 CCTV 의무화. (출처: 연합뉴스)
수술실 CCTV 의무화.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전신마취 등 의식이 없는 상태의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장면을 폐쇄회로(CC)TV로 촬영해야 한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가 있는 모든 의원급‧병원급 의료기관 당 최대 수술실 개수에 따라 최소 490만원에서 최대 3870만원까지 한도 이내에서 실제 지출한 설치비용을 기준 국비 25%, 지방비 25%가 지원된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이날부터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이 의무화된다.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수술을 받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 30일동안 보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의 장은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환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문 게시 등의 방법으로 알려야 하며, 촬영을 요청하는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촬영 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촬영은 마취될 때부터 환자가 수술실을 나갈 때까지다. 의료인이 CCTV 촬영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은 6개로 정해졌다.

구체적으로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수술 ▲전문진료질병군 수술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수술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천재지변·통신 장애 등 불가항력적 사유 등이다. 거부 사유에 해당해 촬영을 거부하려는 의료기관의 장은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촬영 거부 사유를 설명하고, 그 거부 사유를 촬영 요청 처리대장에 기록해 3년간 보관해야 한다.

촬영된 CCTV 영상은 제한적으로만 열람·제공이 가능하다. 범죄수사 등을 위해 관계 기관이 요청하거나 환자와 수술 참여 의료진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1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열람‧제공을 요청하는 기관이나 사람은 영상정보 ‘열람‧제공 요청서’를 의료기관의 장에게 제출하면 되고,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의 장은 10일 이내에 열람‧제공 방법을 통지하고 실시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열람이나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을 실비의 범위에서 요청한 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영상정보가 분실‧유출‧훼손 등이 되지 않도록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의무적 조치 사항은 ▲컴퓨터 암호 설정 ▲로그인 기록 관리 ▲영상에 대한 접근 권한을 관리 책임자나 운영 담당자 등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부여 ▲내부 관리계획 수립‧점검 ▲저장장치를 접근이 제한된 구획된 장소에 보관 등이다.

CCTV 의무화에 따른 페널티도 부과된다. 설치 또는 촬영 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촬영된 영상과 정보를 유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촬영하는 자는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를 통해 법 시행에 따른 수술실 CCTV 설치현황 등 의료 현장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CCTV 설치 및 촬영 등 운영에 관한 현장 문의나 민원에도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수술실에 CCTV를 의무 설치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며 지난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안으로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를 위축시키고 최선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폭넓게 허용해 입법 취지를 반감시켰고, 영상 보관 기간을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짧게 정해 환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오랜 기간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입법이 이루어졌고, 2년여의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만큼 수술실 내 불법행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시행 초기에 환자도 의료진도 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시행 과정에서 현장과의 적극적으로 소통해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형성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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