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복직 촉구
예비역 사령관의 비판에 불협화음 일기도
현역들, 시청서 서울수복 73주년 행사 참석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예비역 해병들이 23일 대통령실 건너편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행사장에 모인 해병들.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예비역 해병들이 23일 대통령실 건너편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행사장에 모인 해병들.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23일 해병이 둘로 나뉘었다. 예비역 해병들은 고인이 된 채 모 상병을 추모하고 사망 사고의 진상 규명과 수사 과정에서 보직 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직무 회복을 촉구했다. 반면 현역들은 6.25전쟁 당시 서울을 수복한 날을 기념했다.

이날 해병대 예비역 전국 연대는 대통령실 건너편의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행사장에선 등에 ‘해병대’라고 적힌 빨간 상의를 입은 예비역 해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예비역 해병들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추모 현장에 모였다. 이들은 ‘젊은 해병의 희생에, 공정한 답을 원한다’ ‘진상규명 촉구한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들은 채 상병 사망 사고의 진상규명과 보직 해임된 박정훈 대령의 직무 복귀를 촉구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예비역 해병들이 23일 대통령실 건너편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행사장에 모인 해병들.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예비역 해병들이 23일 대통령실 건너편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행사장에 모인 해병들. ⓒ천지일보 2023.09.23.

사건은 지난 7월 19일 폭우로 수해가 발생한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중 한 해경이 목숨을 잃으면서 시작됐다. 실종자 수색 작전 중이던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소속 채 모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채 일병은 순직 후 1계급 특진해 상병이 됐다.

문제는 사건 수습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망 사고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해병대 제1사단 일병 사망 사고를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은 관련 부대 및 책임자를 수사, 수사 결과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 후 경상북도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은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전화로 지시했고, 박정훈 수사단장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박 대령은 보직해임 조치됐고, 항명 혐의로 입건됐다. 국방부는 수사결과에서 ‘혐의 사실을 제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수사하기 전부터 혐의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예비역 해병들이 23일 대통령실 건너편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행사장에 모인 해병들.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예비역 해병들이 23일 대통령실 건너편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행사장에 모인 해병들. ⓒ천지일보 2023.09.23.

예비역 해병들은 “사단장의 수중 수색 명령에 따른 채 해병은 사망했고,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채 해병의 죽음을 철저하게 수사한 박 대령은 보직 해임을 당하고 항명 죄로 입건됐다”면서 “명령을 따랐을 뿐인 해병대 수사단장이 왜 해임되고 수사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온갖 비리와 부조리와 비상식과 불공정함을 몰아내고 고 채 해병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고 박정훈 대령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달라고”고 호소했다.

다만 행사장에서 박 대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만 나온 것은 아니다. 예비역 해병대 장성의 일침도 이어지면서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예비역 해병들이 23일 대통령실 건너편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예비역 전도봉 해병대 사령관.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예비역 해병들이 23일 대통령실 건너편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고(姑) 채 해병 순직 진상 규명 촉구 및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예비역 전도봉 해병대 사령관. ⓒ천지일보 2023.09.23.

예비역 전도봉 사령관은 “군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지휘관에게 아무 권한이 없다”면서 “경찰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며 법적으로 우리는 손도 못 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령은 수사단장으로서 해병대를 수사하고 혐의자를 가려냈다”면서 “자기가 하지 않아야 할 것도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령이 직권 남용으로 해임된 부분이 어느정도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말을 하자마자 단상에서 끌어내려졌다. 행사장에선 예비역 해병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선 6.25 전쟁 당시 서울을 되찾았던 날을 기념하는 제73주년 서울수복 기념행사가 함께 열렸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기념사에서 “오늘 우리는 73년 전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수도 서울을 되찾은 감격스러운 그날을 기념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며 “해병대가 국민의 군대로서 대한민국의 평화로운 내일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서울수복 기념행사에서 해병대 의장대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2023.9.23. (출처: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서울수복 기념행사에서 해병대 의장대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2023.9.23.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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