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크라이나의 견고한 동맹 중 하나인 폴란드가 곡물 분쟁으로 인한 외교적 갈등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대신 보다 현대적인 무기로 자국군을 재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BBC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곡물 수입을 둘러싼 두 나라 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지 하루 만이다. 폴란드가 군사 지원을 끊기로 하면서 가용한 모든 자산을 부어 밀고 당기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폴란드 측 전격 발표는 두 나라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촉발됐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에서 일부 국가들을 두고 연대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고 말하자 폴란드 측은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한 바 있다. 폴란드 측은 “전쟁의 첫날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폴란드에 대한 무근거한 비난”이라고 반발했다.
곡물 분쟁은 전쟁으로 인해 흑해 해운로가 막히고 우크라이나가 육로라는 대안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많은 양의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중앙 유럽으로 유입됐다. 이어 유럽 연합(EU)은 우크라이나 곡물이 현지 가격을 떨어뜨릴 것을 우려한 현지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폴란드를 비롯한 불가리아·헝가리·루마니아·슬로바키아 5개국으로 향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일시 금지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금지 조치는 지난 15일에 종료됐고 EU는 갱신하지 않기로 선택했지만, 폴란드를 비롯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이에 반해 계속 수입금지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자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이 무역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거듭 밝혔고,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금지가 국제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이들 국가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소송까지 제기했다. 반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금지를 유지할 것이며 “WTO에 제기된 불만은 우리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강경하게 나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곡물 분쟁을 확대하면 오히려 우크라이나로부터 금지된 제품의 수를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란드 외무부 측은 “다자간 회담에서 폴란드에 압력을 가하거나 국제 법원에 불만을 제기하는 건 두 나라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