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양측 수감자들, 같은 날 카타르의 도하에 도착
미국서 석방된 이란인 5명 중 3명은 이란 복귀 않기로

한국에 묶여있던 이란 자금이 카타르로 송금된 뒤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이 18일(현지시간) 실행됐다. 이런 가운데 이란 당국은 한국에 동결된 자금의 이자 지급 등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란에서 풀려나 카타르 도하 공항에 도착한 미국인 수감자들 (출처: AFP, 연합뉴스)
한국에 묶여있던 이란 자금이 카타르로 송금된 뒤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이 18일(현지시간) 실행됐다. 이런 가운데 이란 당국은 한국에 동결된 자금의 이자 지급 등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란에서 풀려나 카타르 도하 공항에 도착한 미국인 수감자들 (출처: AFP,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한국에 묶여있던 이란 자금이 카타르로 송금된 뒤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이 18일(현지시간) 실행됐다. 이런 가운데 이란 당국은 한국에 동결된 자금의 이자 지급 등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 통신, BBC 등에 따르면 이는 한국에 보관된 60억 달러(한화 약 8조원)의 이란 자금이 스위스를 거쳐 카타르 은행에 송금된 뒤 이란에서 풀려난 미국인 수감자 5명이 중재자인 카타르 측이 마련한 여객기를 타고 카타르 수도 도하에 도착했다. 길게는 5년 이상 이란에 수감돼 있던 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이란 정부가 합의에 이르면서 풀려나게 됐다. 이는 역시 이란 시민 5명도 전세기를 타고 카타르 수도로 떠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주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교환의 일환으로 사면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이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풀려난 5명의 수감자 가운데 2명은 이날 카타르에 도착했으나 나머지 3명은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방영된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60억 달러가 오늘 카타르로 송금됐다. 이에 따라 미국과 죄수 교환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이란에 돌려주고 수감자를 맞교환하기로 한 미국과 이란의 이번 거래는 지난해 2월부터 카타르가 중재한 수개월 간의 간접회담 이후에 이뤄졌다. 한 소식통은 도하에서 최소 9차례의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카타르 고위 관리들도 테헤란과 워싱턴을 오갔다. 이후 미국과 이란 양국 간 협정은 지난달 10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협정의 첫 번째 단계로 미국은 이란 자금 60억 달러를 한국에서 카타르로 이전할 수 있도록 제재를 풀었다. 이에 따라 중재에 나선 카타르는 이란이 이 자금을 제재 대상이 아닌 식량이나 의약품과 같은 비제재 인도주의적 물품에 사용하는지 모니터링하기로 동의했다.

해당 자금은 한국이 수입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 대금으로, 2019년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과의 거래에 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 묶여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송금되는 자금이 의약품과 식량 등 인도주의적 물품에만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관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돈을 쓸 것이라고 거듭 선언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관련된 소식통은 이 자금이 엄격하게 통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식통은 “어떤 자금도 이란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며 “식품, 의약품, 농업을 포함한 인도주의적 거래만 제3자 공급업체에 지급되며 거래별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뉴욕 유엔 총회를 앞두고 실행됐다. 총회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모두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감자 석방을 축하하면서도 지난 2007년 이란에서 실종된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 로버트 레빈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란 정부가 완전히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과 이란 정보부가 부당 구금에 연루됐다고 말한 것에 대해 새로운 미국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라이시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도착한 뒤 “이것은 순전히 인도주의적 조치”라며 “이는 확실히 미래에 다른 인도주의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란, 약 7억 달러 손실 주장

한편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지난 16일 “한국 내 동결자금이 카타르를 통해 이란중앙은행으로 송금되더라도 수년간의 동결에 따른 손해를 한국 측으로부터 배상받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한국 내 은행에 지난 수년 간 총 70억 달러의 자산이 묶인 탓에 약 7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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