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입건 뒤 출석 미뤄
지인에게 “아내 알면 죽는다”
자신은 음독으로 인한 사망

15일 오후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5일 오후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 주택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서울=홍수영 기자, 영암=김미정 기자] 전남 영암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부검 결과 남편이 성범죄로 입건된 뒤 아내와 아들들을 살해하곤 음독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나왔다.

17일 전남경찰청과 영암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일가족의 가장 김모(59)씨의 사인이 약독물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를 구두 소견으로 받았다.

김씨의 아내(56)와 20대 아들들 3명은 흉기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김씨의 아들 3명은 자폐·지체 등으로 인한 중증장애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소견에 따라 김씨가 집에서 흉기로 가족들을 살해한 뒤 농약을 마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체내 약독물 검사를 감정 의뢰키로 했다. 자세한 사망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을 진행해 확인할 예정이다.

현장감식 결과 이들의 집 안에서는 흉기 1개와 농약(살충제) 1병이 발견됐다. 주택 출입문은 모두 내부에서 잠긴 상태로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으며, 유서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관계인 탐문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이달 4일 다른 마을에 사는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였다. 그는 이틀 전 경찰 출석 요구에 날짜를 미뤘고, 혐의를 줄곧 부인하며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다고 전해졌다. 김씨는 피해 여성과 가족끼리 교류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인에게 고소된 사실을 부인이 알게 되면 가족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사건이 있기 전 지인들에게 성범죄 입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살해 의도까지 알린 셈이다. 

앞서 15일 오후 4시쯤 경찰은 전남 영암군의 한 주택 창문에 핏자국을 발견한 이웃 주민의 신고로 김씨와 아내, 김씨 부부의 20대 아들 3명 등 모두 5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김씨 부부의 시신은 부엌이 딸린 작은 방에서, 아들 3명의 시신은 주택 안방에서 발견됐다. 주택 출입문은 모두 내부에서 잠겼다. 외부 침입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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