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출처: 연합뉴스)
감사원.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집값 통계 작성 과정에 상습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과 통계법 위반, 업무방해 등이다.

감사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보도자료를 냈다.

감사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부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94차례에 걸쳐 매주 발표되는 주택가격 동향 지수와 매매 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부동산원에 압력을 가했다.

감사원은 집값 통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개입은 주중치(주간 예측치)가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한국부동산원은 매주 목요일, 주 1회로 주간주택가격 동향을 발표해왔다. 발표 전주 화요일부터 발표하는 주의 월요일까지가 조사 기간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7년 6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같은해 6월 19일)를 앞두고,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면서 주 1회였던 통계 보고를 주 3회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주중치’라는 이름으로 청와대에 통계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발표일을 기준으로 전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사흘 동안만 집값을 조사한 이후 예정치를 보고한 것이다.

이 같은 보고 행위에 대해 감사원은 공표 전에 통계를 제공하거나 누설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통계법을 위반하는 소지가 있고, 단 사흘간의 조사에 임의로 가중치를 곱한 것에 불과해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주중치보다 확정치가 높게 나올 경우 사유를 규명하도록 부동산원에 요구하는 등 집값 상승률을 낮추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게다가 당시 부동산원은 이 같은 보고가 통계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12차례에 걸쳐 보고 중단을 청와대에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이를 거절했다고 감사원은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압박 속에 부동산원이 발표했던 주중치(예정치)와 속보치(확정치)가 점차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부의 직간접적인 압력뿐 아니라 노골적인 통계 조작 지시도 확인됐다고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8월 24일 공개된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의 영향으로 그해 8월 4주차 주택가격 동향에서 서울의 매매지수 변동률의 주중치는 0.67%로 예상보다 높게 보고됐다.

이에 청와대 측이 부동산원에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를 낮추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부동산원은 그해 8월 4주차 확정치를 0.67%에서 0.22%p 내린 0.45%로 바꿔 발표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집값이 재반등 기미를 보이던 지난 2019년 6월 국토부 주택정책 담당 관계자가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부동산원에 노골적으로 통계 수정을 요구했고, 부동산원은 6월 3주차 서울지역 매매 확정치를 -0.01%로 내려 발표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한 지난 2020년 6월 17일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하자 청와대는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고 국토부를 압박했으며, 같은해 7월엔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거냐?”며 국토부를 질책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7명에 대해서도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해 모두 29명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됐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신의 관료들 등이 이룬 정책포럼 ‘사의재’는 통계조작이 아니라 감사원의 감사조작을 주장하며 즉각 반박했다.

사의재는 입장문을 통해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더 받아본 것, 급격한 통계수치 변동에 대해 관계기관에 설명을 요청한 것 등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통계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정답’에서 벗어나면 ‘조작’이라는 감사원의 논리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주요사례>

청와대(청), 국토부(국), 부동산원(부)

2018년 1월 22일

청-“수치 잘못, 시장 똑바로 보라”

국-“위에서 얘기, 방어 안 된다. 재점검하라”

부-양천구(매매) 1.32%→0.89%

 

2018년 8월 26~29일

청-“보도자료에 금주 정부발표 감안 부탁”

국-“제대로 조사하고 있냐”

부-서울(매매) 0.67%→0.45%

 

2019년 6월 17일, 7월 4일

청-“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나?”

국-“저희 다 죽는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서울(매매) 0.00%→-0.01%

 

2019년 12월 20일

청-“언제쯤 하락할 거 같나?”

국-“정부 대책 이후 실거래만 반영”

부-서울(매매) 0.11%→0.10%

 

2020년 6월 26일

청-“전주보다 올라가면 안 될 텐데”

국-“서울 최소 0.05%, 안 되면 전주(0.06%)에 맞춰라”

부-서울(매매) 0.07%→0.06%

 

2020년 7월 14일

청-“주정과정(주택정책과장)은 뭐하나”

국-“윗분들이 대책효과 기대”

부-서울(매매) 0.12%→0.09%

 

2021년 7월 9일

청-“양천, 동작 전세 너무 오른 거 아니냐”

국-“양천구 숫자 다시 봐라,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부-양천구(전세) 0.29%→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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