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선고 10건 중 1건에 그쳐
가해자 처벌 ‘솜방망이’ 수준
‘신변보호 조치’ 약 5배 증가
“‘스토킹은 범죄’란 교육 필요”

4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4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오는 14일, 여성 역무원이 직장 내 스토킹을 겪다 살해당한 ‘신당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최근 인천에서 헤어진 전 연인에게서 스토킹을 당하다 흉기에 찔려 살해당하는 등 유사한 스토킹 살인 범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또 올해 7월까지 경찰에 입건된 스토킹 사건이 7500여건에 달하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을 통해 처벌 기반이 마련됐지만, ‘스토킹은 심각한 범죄’라고 어느 정도의 시간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집계된 올해 스토킹 피의자는 7545명이다. 이들 중 4942명(65.5%)이 검찰에 송치됐고 나머지는 불송치(33.0%) 또는 수사중지(1.5%) 처분을 받았다. 스토킹처벌법이 첫 시행된 2021년 10월 21일부터의 집계를 보면 1만 8362명이 검거돼 1만 1950명(65.1%)이 송치됐다.

현장에서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등 피해자 보호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재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결정된 긴급응급조치 위반율은 11.0%(긴급응급조치 사후승인 6030건, 위반 662건)였다. 같은 기간 잠정조치 1만 2008건 중 위반율은 8.0%(955건)다. 올해 1∼7월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위반 건수만 각각 189건, 364건이다.

지난 7월 인천 논현동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 역시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가해자인 30대 남성 A씨는 직장 동호회에서 만난 30대 여성 B씨를 아침 출근길 집 앞에서 기다렸다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B씨의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이처럼 스토킹 범죄 피해는 여전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관련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조치)는 2021년 1428건에서 지난해 7091건으로 약 5배 증가했다. 하루 평균 19.4건의 스토킹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전 의원은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사건 이후 경찰은 범죄피해자 안전보호 및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높은 피해자 신변보호 수요에 비해 경찰 지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지원제도 역시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신변 보호 조치가 늘어나는 데 반해 전국의 피해자 전담 경찰관 인력은 지난해 기준 모두 32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1인당 평균 89.5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이 7월에 개정된 만큼 홍보나 교육을 통해 ‘스토킹은 심각한 범죄다’라는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홍보를 통해 스토킹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던지 교육을 통해 스토킹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식시켜야 한다”면서도 “우리 사회가 지금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가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지난해 9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지난해 9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스토킹처벌법 처벌 수준이 여전히 관대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스토킹처벌법 시행부터 올해 2월까지의 법 위반 1심 판결 636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는 11.2%(71건)에 불과했다. 인신을 구속하지 않는 벌금형이나 징역형 집형유예에 그친 판결도 각각 32.5%, 32.1%였다. 벌금형은 500만원 이하가 91.8%였다. 공소 기각도 21.9%(139건)로 5건 중 1건이 형사처벌되지 않았다.

앞서 신당역 사건 당시 스토킹 범죄 처벌 제도의 미비점이 드러나자 지난 7월 11일 개정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 특히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삭제돼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스토킹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방지법)도 지난 1월 신설됐다. 스토킹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그 가족 등에 대해 보호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가해자가 판결 이전에도 위치 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1월에나 시행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은 전주환이 지난해 9월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공사 입사 동기인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전주환은 피해자가 자신을 스토킹 등 혐의로 고소해 재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받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지난 7월 진행된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판결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유족들은 전주환과 피해자가 근무했던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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