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전시관 2층 서화Ⅱ실서
9월 7일~12월 25일까지 진행

오세창 선생 사진 (제공: 독립기념관) ⓒ천지일보 2023.09.12.
오세창 선생 사진 (제공: 독립기념관) ⓒ천지일보 2023.09.12.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3.1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이자 우리 서화 연구에 힘쓴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선생의 서거 7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를 마련했다.

12일 국립중앙박물관은 근대 격동기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오세창의 생애, 예술 활동 등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조명하는 자리로, 서화실 정기 전시품 교체의 일환으로 이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25일까지 진행된다. 

◆다양한 직업 거친 근대인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을 살아온 오세창은 16세인 1879(고종 16)년 한어(중국어) 역관(譯官)을 시작으로 언론인, 독립운동가, 서예가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그의 다양한 이력은 통번역 업무를 담당한 관원 명단을 적은 ‘통문관 관안’과 1906년 그가 신문사 사장으로 있을 때 발행한 ‘만세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919년 3.1운동 때 인쇄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독립선언서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2.
독립선언서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2.

◆우리 옛 글씨 모으고 정리

그는 오래된 금속이나 돌에 새긴 글씨 금석문(金石文)을 수집하고 연구한 오경석에 이어 서예, 회화, 금석문 등 여러 분야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근역석묵(槿域石墨)’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금석문 탑본 78건이 수록됐다. 특히 이 첩에는 469년 고구려가 평양 성벽을 축조하면서 새긴 ‘고구려 평양성 석편(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 탑본이 수록돼 있다. 이 석편은 1855년 오경석이 수집해 오세창에게 전해진 것으로 이후 일부 결실됐으나 ‘근역석묵’의 탑본은 결실 전 모습으로 가치가 높다.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전서로 쓴 우리나라 문인의 시’에는 ‘영동관란도인(瀛東觀瀾道人, 바다 동쪽에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는 사람)’ 호가 적혀 있다. 의미상 오세창이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일본에 망명했던 때(1902~1906년)에 사용한 호로 추정되며, 이 작품에서 중년 시절 필치를 살펴볼 수 있다.

김정희(1786~1856)가 쓴 ‘손자(孫子)’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2.
김정희(1786~1856)가 쓴 ‘손자(孫子)’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2.

◆옛 것 연구해 감식안 길러

오세창은 옛 것을 연구하고 감식안을 길러 서화를 품평했다. 그는 서체가 매우 독특해 진위 논란이 있었던 김정희(1786~1856)가 쓴 ‘손자(孫子)’에 대해 의견을 남겼다. 그는 ‘손자’에 찍힌 인장이 김정희 제자 신헌(申櫶, 1810~1884)의 것임을 밝히고, 김정희가 당나라 서체를 참고했다는 점을 들어 ‘손자’를 김정희의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또한 13세기 고려불화 ‘수대장존자(보물)’의 기원과 내력을 ‘고려사’·‘해주부지’등의 기록을 참고해 작성했는데, 그림 뒷면에 이 글이 부착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세창은 격변의 시기 민족의 계몽과 독립을 위해 힘썼고, 한편으로는 우리 서화를 연구해 옛 것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서체를 이룬 근대기 문예인”이라며 “오세창의 손길이 남아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이루고자 했던(법고창신, 法古創新) 그의 노력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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