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신들이 흘리고 확인하고

상당한 세부적인 정보까지 공개

북러 간 ‘무기 빅딜’ 제동 포석

‘김빼기 전략’ 속 방러 취소 관측도

성사 시 한반도 안보비용 급증할 듯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서 만난 김정은과 푸틴. (출처: 연합뉴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서 만난 김정은과 푸틴.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미국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한 교환에 이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등 북러 관련 동향을 담은 핵심 기밀을 대거 방출해 주목된다.

공개한 내용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라 미국의 정보력이 놀라울 정도인데, 핵심 보안 사항에 해당하는 정상 간 동향을 미리 흘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무기 거래와 같은 군사 협력 등을 고리로 가속화하는 북러 간 밀착 행보를 견제하는 동시에 서방 등 국제사회에 단합을 요구하는 속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러 정상회담 흘린 美정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달 러시아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며 장갑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국내외 언론의 질의에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에서의 정상급 외교 접촉을 포함해 이런 대화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자신들이 흘리고 또 확인해 준 셈인데 국가 정상의 해외 방문은 외교관계, 경호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북러 정상회담 정보를 사전에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미 백악관은 지난달 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재방북한 사실에 이어 같은달 30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한을 교환하는 등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무기 거래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북한은 러시아가 원하는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의 공급 대가로 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한 첨단기술 이전과 절실한 식량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도 나왔다.

심지어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태평양함대사령부 33번 부두와 함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간에선 마치 점쟁이 수준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도 나도는데, NYT는 첩보 기관들이 이런 정보를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미 당국자들이 구체적 내용을 함구했다고 전했다.

◆美, 북러 핵심 정보 공개 배경은

미국 측이 북러 정상의 동향과 같은 이런 예민한 핵심 정보를 대놓고 터뜨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데, 미국과 대립 관계에 있는 북러 간 밀착을 극도로 경계하며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 흐름에 제동을 걸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것이다.

북러 간 무기 거래 확대 가능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가 작동한 것인데, 일각에선 일종의 사전 재뿌리기 전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벌써부터 이번 NYT의 보도를 계기로 북러 정상 간 만남 관련해 일정을 조정하거나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고개를 드는 건 이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특히 동선 정보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의 대응 전략은 서방 등 국제사회에 북러 간 무기 거래의 불법성을 환기시키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맞선 서방 결속을 통해 함께 대응해 나가자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러의 무기 거래가 이뤄진다면 유럽과 아시아에서 얻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중대한 도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들이 일제히 김빼기에 나선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는 경계 수위를 끌어올렸고 이에 부응하듯 윤석열 대통령도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관심사는 지정학적으로 맞닿아 있는 우리의 현실인데, 실제로 북러 간 무기 관련 거래가 성사될 경우 한반도 안보 국면은 새로운 사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받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및 핵잠수함 기술 등을 제공하면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남북 간 군비 경쟁은 심화하고 한반도 안보 비용은 급속히 증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정부는 한미일 협력 강화로 동북아 지역에서 기회는 많아지고 안보는 강화됐다고 선전하지만 되려 북중러 연대의 계기가 되는 등 한반도를 더욱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짙어지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는 진단도 같은 맥락이다. 한중일 대 북중러 간 대결 구도가 심화하면서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더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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