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선물 작년 11월 이후 최고
“내년 브렌트유 107달러 될 것”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인위적인 원유 감산과 이에 따른 공급 감소로 국제원유 가격이 세 자릿수로 올라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계 다국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공격적인 공급 감축을 그치지 않으면 내년까지 국제유가가 세 자릿수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주 초 내년 말까지 감산을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브렌트 유가는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1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원유 가격의 기준치가 되는 브렌트유는 북해에서 생산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전날보다 0.85달러(1%) 상승한 배럴당 87.54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당초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올 연말 86달러, 내년 말 93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100달러를 돌파할 거라는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골드만삭스는 사우디 원유 공급이 당초 예상보다 50만 배럴씩 적을 것으로 전망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원유 1배럴당 가격이 2달러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그 이외 산유국들이 모인 기구)의 감축 연장이 계속된다면 원유 생산에 대한 일부 가정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산유국들이 지난 4월에 발표한 하루 170만 배럴 감산 규모가 연말이 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거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내년까지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하에서다.
이 은행 분석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OPEC+가 올해 감산을 내년 말까지 유지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내년 12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7달러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고유가의 상황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산 균형을 유지하고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미국 셰일 생산자들이 이를 노려 공급을 늘리면서 유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휘발유 가격의 ‘정치적 중요성’도 언급됐다.
6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공급 감축에 대한 기자 질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소비자들에게 주유소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안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이를 위한 글로벌 시장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