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불안 증상 호소
동급생에게 언어폭력·따돌림
유서엔 ‘미안하다’·’감사하다‘
간담회 요청에 학교는 상담만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천성현 기자] 충남 청양군에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인 A양(14)이 괴롭힘을 호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A양의 유족들에 따르면 A양은 학교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뒤 극도의 불안 증상을 보이며 등교를 거부하다가 결국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A양은 올해 초부터 일부 동급생으로부터 언어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렸다. 괴롭힘은 A양의 책상 위에 욕설을 가득 적어놓거나 A양의 친구들까지 괴롭히는 방식으로 A양을 멀리하게 해 교실에서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A양의 부모는 딸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지난 4월 학교 측에 학부모 간담회 개최를 요구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학교는 학생들을 모아 집단상담 및 관계 회복 활동만 진행하고 학부모 간담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양의 부친은 “교우 간 갈등이 해소됐다는 학교 측 입장과 달리 딸은 상담 이후 더욱 상황이 심해져 극도로 불안해하며 울며 등교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A양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유서에는 ‘미안하다’는 단어가 7번, ‘감사하다’는 단어가 6번 적혀 있었으며 A양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어 했고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유서에는 딸로서 자신이 바보 같다고 언급하며 가족에게 자신의 편이 돼줘서 감사하다는 따뜻한 말도 남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들은 학교 측이 학교폭력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간담회나 학교폭력 전담 기구를 구성하는 대신 학생 상담만을 진행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해당 학교를 조사한 결과 상담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나 사후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A양과 부모님이 학폭 사안 관련해서는 접수 의사가 없어 학교장 재량으로 교내 협의를 거쳐 학생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A양 부친은 “학폭위 개최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딸 뿐만 아니라 학교에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이 많아서였다”며 “다른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도 사실을 알리고 대응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렇게 됐다”고 말하며 다른 학생들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현재 경찰은 A양의 스마트폰 등을 토대로 학교폭력 여부를 확인하고 더불어 담임교사를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과 동급생들을 소환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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