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밍엄市 사실상 파산 선언
女 상여금 판결에 재원 부족
[천지일보=방은 기자] 영국의 지방 도시가 잇따라 파산을 선언하고 있다. 인구 110만여명에 이르는 영국의 두 번째 도시 버밍엄도 5일(현지시간)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여성 노동자 비율이 많은 일부 직종에 지급되지 않았던 상여금을 지급하라는 ‘동일 임금’ 판결에 따른 재원 부족 때문이다. 이에 앞서 크로이든, 워킹 등 몇몇 지자체도 균형 예산을 운영할 수 없다며 역시 파산 선언을 한 바 있다.
BBC, CNN 등에 따르면 버밍엄 시의회는 이날 지방정부재정법에 따라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중단하는 114조 통지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 폐기물 수거, 취약계층 보호 등 법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 외에 다른 지출은 모두 중단된다.
버밍엄 시의회는 올해 예산이 32억 파운드(한화 약 5조 4000억원)인데 이 중 1459억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최대 1조 2700억원에 달하는 ‘동일 임금’ 청구 금액을 지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대법원은 교육 보조원, 청소원, 급식 직원 등 여성 174명이 “(남성과) 동일한 상여금을 지급해 달라”며 2012년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과거 쓰레기 수거와 환경미화와 같이 남성들이 종사했던 직종에만 상여금을 주는 것을 시정하라는 판결이었다.
시의회는 또 전례 없는 재정난의 배경으로 물가 상승, 성인 사회복지 수요 확대, 법인세 세수 급감 등을 들었다. 이와 함께 의회는 지난 10여년간 보수당 정부가 지방에 보내는 예산을 줄인 탓도 있다고 비판했다. 내각제인 영국은 각 지역도 의회 중심으로 운영되며, 버밍엄 시의회는 노동당이 집권당이다.
샤론 톰슨 부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보수당 정부에 의해 약 1조 7000억원의 자금을 빼앗겼다”고 말하며 영국의 집권 보수당을 부분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리시 수낙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분명히 지방선거로 선출된 의회가 자체 예산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를 위해 그들과 정기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그들의 통치 방식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외신은 영국 지자체는 지출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후엔 대체로 수정된 예산을 통해 서비스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