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인 소장자 창고에 있다 최근 존재 알려져
문화재청, 재단 1년여간 조사와 협상끝에 7월 환수

문화재청이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천지일보 2023.09.06.
문화재청이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천지일보 2023.09.06.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고려의 빛을 담은 나전칠기가 800년 만에 베일을 벗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6일 문화재청은 서울 중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가로 33.0㎝, 세로 18.5㎝, 높이 19.4㎝ 크기의 함으로, 전체 면에 자개로 국화넝쿨무늬 770여개가 장식됐다. 

◆일본 개인 소장자가 100년간 보관하다 최근 알려져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최근까지 일본에서조차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유물이다.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여년 이상 보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재단의 일본 현지 협력망(네트워크)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이후 문화재청과 재단은 1년여 간의 치밀한 조사와 협상 끝에 지난 7월 마침내 환수에 성공했다. 

문화재청은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가 전 세계 20건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문양과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환수된 나전칠기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06.
일본에서 환수된 나전칠기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06.

◆공예 기술의 집약체 나전칠기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이다.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문양을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 라고도 일컬어진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다. 12세기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의 서긍(徐兢)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나전 솜씨가 세밀히 가히 귀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라고 기록했다. ‘고려사(高麗史)’에도 이미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송(宋), 요(遼) 등 외국에 보내는 선물 품목에 나전칠기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볼 때 당시 주변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이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연구원이 나전칠기 장식 문양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6.
문화재청이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연구원이 나전칠기 장식 문양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6.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13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며, 고려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문양을 살펴보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연주(連珠,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해 만든 무늬) 무늬가 고루 사용됐다. 전체 면에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를 장식하고, 천판(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배치했다. 외곽에는 약 1670개의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러져 있는 등 사용된 자개의 수가 약 4만 5000개에 달한다.

또한 C자형 금속선으로 국화꽃무늬를 감싸고 있는 넝쿨줄기를 표현했고, 두 선을 꼰 금속선으로 외곽 경계선을 표현했다. 국화꽃무늬는 중심원이 약 1.7㎜이며, 꽃잎 하나의 크기는 약 2.5㎜에 불과한데, 꽃잎 하나하나에 음각으로 선을 새겨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다.

이처럼 자개로 국화 또는 모란무늬를 기물 전면에 빼곡하고 규칙적으로 배치한 점, 단선의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묘사한 점, 매우 작게 오려낸 자개에 음각의 선을 그어 세부를 표현한 점 등은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나전 본래의 무지개 빛깔과 광택이 살아있어 오색의 영롱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전과 금속선 등 장식 재료의 보존상태도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나전 중에서도 매우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한 세기가 넘는 동안 개인 소장자의 집안 대대로 가보처럼 내려왔던 것이 이번에 공개됐다. 지금까지 일본 학자들조차 이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8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전의 보존상태가 국내에 소장하고 있는 다른 어느 것보다 우수하다”며 “좋은 인연으로 국내에 환수됐다는 점에서 이번 환수는 매우 의미가 크며, 앞으로 많은 연구 성과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이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천지일보 2023.09.06.
문화재청이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천지일보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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