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5명 마음 건강 조사결과
저연차가 극단선택 생각 많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교권침해 의혹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들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교사의 63.2%가 우울증상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녹색병원과 함께 지난달 16~23일 교사 602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으로 실시한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505명 중 우울 증상을 보이는 교사의 비율은 63.2%에 달했다. 심한 우울증상을 보이는 응답자가 38.3%였고, 경도의 우울증상을 보이는 응답자는 24.9%에게서 나타났다. 이는 교사가 아닌 일반인들의 수준보다 높은 수치다. 통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경도의 우울증상 유병률은 25~30%, 심한 우울증상 유병률은 8~10%다.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은 학부모 상담 횟수에 비례해 높아졌다. 학부모 전화 상담 횟수가 0회라고 응답한 교사는 55.7%인 반면, 10회 이상라고 응답한 교사는 80.0%가 우울증상을 호소했다.

지난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의 비율은 16.0%였다. 이 가운데 4.5%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 있다’고 했다. 전교조는 앞선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일반 인구의 극단적 선택 생각은 3~7%, 극단적 선택 계획은 0.5~2% 수준이라며 교사들의 극단선택 위험이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근무기간이 5년 미만(18.8%), 5~15년(20.3%) 등 주로 저경력 교사에게서 자살 의도 경험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 경험이 있는 교사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은 언어폭력 경험 교사 중 42.3%, 신체폭력 경험 교사 중 51.1%, 성희롱 경험 교사 중 47.5% 등으로 집계됐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경험한 폭력 중에는 ‘언어폭력’이 66.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신체 위협 및 폭력 18.8%, 성희롱 및 성폭력 18.7%, 원하지 않는 성적 관심 12.9% 순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 발생하는 폭력 유형도 달랐다. 유치원 교사에서 언어폭력 피해가 더 많았고, 특수교사에서는 신체 위협 및 폭력 비중이 더 컸다. 중등교사에게서는 성희롱 및 성적 관심 피해가 더 많았다.

교사에게 언어폭력을 하는 대상은 학부모가 63.1%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생(54.9%), 교장·교감 등 관리자(31.5%), 동료교사(18%) 순이었다. 신체 폭력 피해 가해자 대다수(96.5%)는 학생이었으며, 다음은 학부모(21.7%·중복 가능) 등이었다.

교사들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업무로 ‘학부모 상담·민원 대응 업무(37.5%)’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학생 생활지도·상담(28.4%) 행정업무(23.5%) 등 순이었다.

전교조는 “대한민국 교사가 이미 소진(번아웃·burnout) 상태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개인적 자질이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구조적 위협요인이 분명하며 사회·국가적 지원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에 하루빨리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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