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이자 가장 발전된 재해시스템을 갖춘 나라, 미국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이번에 미국을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은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재해 앞에선 인간의 문명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지난주 순간 최대풍속 시속 200㎞에 달하는 대형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강타한 플로리다·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등 미국 남동부 곳곳은 3일(현지시간) 현재까지도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주유소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도로를 달리던 차를 그대로 뒤집어 올리는 등, 과거 125년 동안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준 허리케인의 여파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허리케인은 1~5등급으로 분류되고 3등급 이상부터는 메이저 허리케인으로 불립니다. 숫자가 클수록 강한데, 이달리아는 한때 4등급까지 세력을 키웠습니다. 실제 태풍이 들이닥치면서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태풍이 몰고 온 폭우로 교통사고가 발생해 40대, 50대 남성 운전자들 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지고 전선이 끊어지면서 수십만 가구가 정전을 겪어야 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항구도시는 한때 수위가 275㎝에 달했고, 해안선에 있는 주택들은 지붕까지 물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부동산 피해만 따져도 93억 6000만 달러(약 12조 4000억원)에 달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각각 부랴부랴 피해 지역을 찾아 주민들을 달래봤지만,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표정은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과학자와 기상학자 등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연재앙이 천재보다는 인재에 가깝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류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재해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자연의 역습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에 지구촌이 마음을 모으고 하나로 뭉쳐 공동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지금껏 겪은 재난보다 더 큰 재앙을 맞게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재앙을 두고 “이제 더는 누구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도를 더해가는 홍수·가뭄·폭염·산불이 우리가 전에 본 적 없는 중대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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