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충원 요구 묵살… 1명이 확인하는 구조도면 3만2천호”
“정부 주택 사업기간 단축 압박… 설계기간 턱없이 부족”
노조, 정부에 법정 감독인력 충원·혁신안 재검토 등 요구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공급정책 강요와 품질 안전 인력 확충을 무시하고 실적을 강요한 잘못된 공공기관 운영에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동조합은 1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통해 “전관예우가 이번 사태의 전적인 원인인 것처럼 진단하면 가장 중요한 국민의 안전과 동떨어진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우려된다.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LH 노조는 이날 “지난 5년간 정부는 LH에 주택공급 실적 달성을 위해 과도한 정책 물량을 요구했으며 누적된 공공주택 물량을 LH가 80% 이상 담당하는 현실”이라면서 “침수피해 반지하 주택 매입, 전세사기 피해주택 지원, 재난민 주거지원에 이르기까지 주택 관련 사회 현안은 모조리 LH가 떠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을 발표했다. 이 중 LH는 공공분양 50만호와 공공임대 50만호 가운데 각각 31만 6000호(63%), 41만 6000호(83%)를 맡고 있다. 이로 인해 LH의 사업비는 2018년 15조 2000억원에서 2022년 33조 2000억원까지 폭증했다. 이는 LH보다 2배의 인력으로 운영 중인 한전의 사업비(2022년 6조 5000억원)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1.

공급 물량의 증가와 사업비의 폭증에도 만성적인 감독 인력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에 따르면 LH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건설 시공·품질과 안전 담당 건설 현장 감독 인력 등 총 1437명을 증원 요청했지만 381명만 증원됐다. 또 2021년 부동산 사태 이후 투기 방지를 이유로 정원을 1064명 감축해 인력 부족을 가중시켰다는 게 LH 노조 측의 설명이다. 또 인력 부족이 심화한 가운데 상위직 106개 감축, 본부 통폐합 등으로 정상적 조직 운영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노조는 “현재 LH는 법상 감독 인력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감독 한 명이 수천 가구에 이르는 9개 지구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구조설계 및 안전성 검토는 9명에 불과하고, 한 명당 담당해야 할 구조도면과 계산서는 연 최대 3만 2000호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촉박한 사업 일정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경영평가를 통해 사업 기간 단축을 압박했으며 착공 전까지 설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국토부 고시와 사규에 따른 기본설계는 약 8개월이 소요되지만 현재 절반가량인 4~5개월 만에 끝내고 있고 4개월이 걸리는 실시설계도 2.7개월로 단축해 처리하고 있다.

아울러 이한준 사장이 계약 중단에 따른 법적 책임을 확답하고 공사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한준 사장이 국가계약법상 취소사유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50만호 주택공급은 차질 없이 이행하라는 모순적 발언을 했다”며 “현재도 실무 직원들은 자료요구와 수사에 대응하느라 정상적인 공급업무는 손을 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1.

현재 LH의 주택사업은 연간 착공계획 2만 1509호 대비 947호(4%), 승인호수는 연간계획 5만 8377호 대비 5117호(9%)에 불과하다.

노조는 “계약중단과 취소에 따른 신규업체 선정과 기존 업체의 손해배상소송 업무, 보상방안 마련까지 업무가 누증되면 연내 정상적인 주택공급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주거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본질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건설 카르텔에 대한 면밀한 수사와 진상 규명 ▲공공주택정책 수행을 위한 법정 감독인력 충원 ▲혁신안 재검토를 정부에 요구했다.

노조는 “국민의 주거안전을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잘못된 해결책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노조도 석고대죄의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는 이날 “철근 사태 모든 책임 LH 전가 말라” “불법행위 명명백백 규명하라” “품질 안전·현장 인력 즉각 충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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