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좋은 기억 기획까지 이어져
기상청서 이용하는 대형 풍선 사용
6호 태풍 카눈, 한반도 착륙에 도움

ⓒ천지일보 2023.09.01.
성층권 상공 33㎞ 지점까지 올라가서 카메라로 찍은 대마도와 거제도의 모습. (제공: 김해분성고등학교)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 김해=윤선영 기자] 김해분성고등학교 학생들이 카메라를 단 헬륨 풍선을 우주로 띄워 보내 지구를 촬영하고 회수에도 성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우주 풍선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주인공들은 분성고 1·2학년 학생 10명과 3학년 학생 1명으로 구성된 과학동아리 ‘에어 크래프트’로 경남에서 최초로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1일 김해분성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5일 오전 11시,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내석리 한 공터에서 1200㎖ 크기의 커다란 풍선에 헬륨가스를 가득 채워 하늘로 날려 보냈다. 풍선 아래에는 아이스크림 포장용 스티로폼 박스가 매달려 있었고, 박스 안에는 작은 액션캠·아두이노 보드 및 각종 센서(대기압·오존·자외선센서 등)가 들어있었다.

◆실험 전체 과정, 2시간 30분 분량

우주 풍선 프로젝트란 커다란 풍선에 헬륨가스를 가득 채워 우주를 향해 띄워 올리고, 풍선 아래에 부착된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구성·설치해 부족해진 대기로 인한 압력 차이로 터질 때까지 날아가는 실험이다.

이번 실험의 전체 과정은 학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해 분성고등학교 사이버 과학관’ 영상 속에 2시간 30분 분량으로 담겨있다.

학생들이 풍선을 띄우기 전 아두이노 코딩 및 기타 기기의 작동 여부를 최종 점검하는 모습. (제공: 김해분성고등학교) ⓒ천지일보 2023.09.01.
학생들이 풍선을 띄우기 전 아두이노 코딩 및 기타 기기의 작동 여부를 최종 점검하는 모습. (제공: 김해분성고등학교) ⓒ천지일보 2023.09.01.

해당 영상의 도입 부분에는 ▲경남에서 최초 성공 ▲하나의 도 내에서 날리고 줍는 것을 최초 성공 ▲태풍의 도움을 받아 최초로 특이한 경로로 날아간 풍선 ▲액션캠 가격과 퀄리티 치고는 굉장히 잘 찍힘 ▲스티로폼 박스 거의 손상 없음 ▲착지 과정까지 모두 다 촬영됨 등의 내용으로 깨알같이 설명하고 있다.

영상 10초부터는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돼 마치 우주선 발사를 연상케 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성층권 상공 33㎞ 지점에서 찍힌 대마도와 거제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실험은 풍선이 날아다니는 시간 동안의 지구 자전과 우리나라의 편서풍 영향으로 경남 지역에서는 실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 왼쪽 아래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이례적으로 경남 지역에서 풍선을 띄우고 한반도에 착륙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적절한 시각과 장소를 사전에 완벽히 계산해 성공공적인 실험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카메라 회수해 결과물 확인… 난이도↑

이번 실험에서는 실제 기상청에서 상층부 대기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용량 풍선을 사용했다. 기상청에서는 회수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 띄워 올리기만 하면 되지만, 이 프로젝트는 띄워 올린 카메라와 센서들을 회수해 측정 결과물을 얻어야 하기에 난이도가 다소 높은 실험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날릴 풍선에 채운 헬륨가스의 양과 대기와의 관계, 상자의 무게로 상승 속도와 풍선이 터지는 지점을 예측했다. 또 낙하산을 설치한 상자를 반복적으로 던지면서 평균 낙하 속도를 측정해 최종 하강 속도를 예측한 뒤 바람이 부는 방향을 고려해 풍선이 날아가는 경로를 계산했다.

ⓒ천지일보 2023.09.01.
풍선의 GPS를 확인하며 쫒아가는 모습. (제공: 김해분성고등학교) ⓒ천지일보 2023.09.01.

대략적인 착륙 위치의 경우 계산으로 예측이 가능하지만, 실제 착륙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더욱 정확한 결과가 필요해 프로젝트 박스에 GPS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하고 어플과 연동해 이용했다.

◆“많은 유튜버·대학생도 어려운 실험”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병현 지도교사는 “과거 충남대학교 기술교육과 재학시절 선배들의 성공사례를 떠올려 기획하게 됐다”며 “어려울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음에도 믿고 잘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고등학생으로서는 갖기 힘든 특별한 경험을 해봄으로써 사고의 폭도 넓히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경수 김해분성고 교장은 “학생들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의미 있는 다양한 체험을 적극 지원해 이와 같은 멋진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많은 유튜버와 대학생들도 실패하는 프로젝트임에도 철저한 준비와 반복 실험을 통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끈 학생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