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관습을 근절하겠다며 강경대응을 이어가자 업계 관계자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사진은 아파트 건설현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출처: 연합뉴스)
정부가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관습을 근절하겠다며 강경대응을 이어가자 업계 관계자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사진은 아파트 건설현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철근 누락’으로 붕괴된 인천 검단 신축 단지를 시작으로 ‘곪았던 부분’이 터지기 시작하면서다. 시공사는 물론 설계와 감리, 발주청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뼈아팠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건설업계 정상화를 위해 밀어붙였던 ‘건폭노조’ 프레임 씌우기가 과연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건폭노조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사실상 건설업계의 부실은 진행 중이었고, 공공 발주의 대표격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던 전관예우 문제는 여전했고 ‘땅 투기’ 문제로 혁신하겠다고 장담도 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 내부 성찰은 등한시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는 정부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만약 핵심이 건설노조의 일부 이권 카르텔이었다면, 붕괴사고에서도 노조의 흔적이 드러났어야 했다. 정부의 불법 노조 근절이 ‘프레임 씌우기’였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정부가 붕괴 사고 현장의 시공사인 GS건설에 행한 조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시공사인 GS건설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지만 대처가 부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최고 5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고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다. 또 자체적으로 전국 83개 현장에 공인 기관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를 통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반토막이 난 주가와 국토교통부 장관의 프레임 씌우기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관련 법령상 가장 엄중한 조치”를 단언했고, GS건설은 현재 영업정지 10개월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또한 GS건설이 공인 점검기관을 통해 자체 점검하겠다고 한 부분도 ‘셀프 점검’을 운운하며 정부가 같이 한다고 했지만, 결국 이상 있는 현장은 없었다. 현재까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현장은 ‘자이’가 아닌 LH가 발주한 아파트다.

이는 친기업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다며 기대하던 건설업계의 반응이 싸늘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무가 들어서야 할 자리에 ‘정치인’이 들어섰다”며 “정책이 실속 없는 이유는 말 그대로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건설산업과 부동산 전반을 담당하는 자리라면 부처에 오래 몸담고 산업 생태계를 이해한 사람이 뽑히는 게 바람직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만든 ‘건폭 프레임’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무량판 적용 지하주차장의 붕괴 원인 중 하나로 인건비가 저렴한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꼽히면서다. 건설현장에 30여년을 몸담고 20년간 철근공 경력을 쌓아온 A씨는 무량판 구조와 관련해 “보강 철근 작업을 촘촘히 해 손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엮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인력이 아닐 경우 제대로 작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만성적 인력난에 더해 숙련공들마저 건폭노조로 몰리는 동안 값싼 노동력이 대체한 자리가 더 늘었고, 엉성한 설계를 보고도 ‘부실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할 인력들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가 구조조정에 힘쓰지 않고 표면으로만 드러난 문제에만 매몰된 부분도 사고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다.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 ‘유명무실’한 감리 제도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감리는 설계와 시공을 감독하는 역할이다. 과거에는 감독과 검사의 역할을 공공부문에서도 분담했었다. 그러나 이후 공공이 해야 할 검사 등 책임을 지나치게 감리에게 위임했고, 감리 용역비가 치솟고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져 현재는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감리 제도는 건설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거론되지만 정부는 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감리 제도를 크게 손보지 않았다.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아웃소싱’하는 게 저렴하기 때문일 거라는 지적이 있다.

건설업계는 구조가 복잡한 만큼 구조적 개선에 많은 이해 당사자 간 소통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일부를 단속하고 처벌하면 경제적일 수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미 주사위를 던졌고, 국토부와 LH 차원에서 가장 큰 변화를 약속했다. 정부가 이번에도 책임자 색출과 단속에만 급급한다면 제2, 3의 붕괴 사고도 예견된 수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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