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도움에 사의 전하면서
대반격 등 작전 책임론 꺼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두고선
“서방 도움 있으면 선거 가능”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에서 그간 우려해온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방이 도움을 준다면 전시 중에도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도 말하면서 서방 달래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로 전장을 옮기면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과 로이터 등 외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날 전했다.
그는 지난 일요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서방에 의해 크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서 “(러시아 본토 공격 시) 확실히 우리는 혼자 남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전시 상황에서)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에 대한 서방의 책임론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진전과 책임은 항상 쌍방적”이라며 국제적 파트너들은 어떠한 반격의 지연이나 방어 작전, 약점 등의 일부라고 표현한 데 이어 “정치적 수단을 통해 크림(크름)반도에서 러시아의 비무장화를 추진하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내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도 서방이 도와준다면 전쟁 중에도 투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지난 23일 미국 상원의원들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선 추진을 요구한 데에 따른 반응이다.
앞서 미 상원들 방문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선 투쟁을 칭찬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에도 선거를 추진함으로써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현재로선 계엄령이 내려진 우크라이나에서는 선거가 열릴 수 없다. 계엄령은 90일마다 연장해야 하는데, 다음은 오는 11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이는 오는 10월에 예정된 총선 이후 일정이지만, 내년 3월에 예정된 대선보다는 이전 날짜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중엔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평시에 선거를 치르는데 50억 흐리우냐(약 1800억원)가 든다”며 “그래서 미국과 유럽이 재정 지원을 해준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레이엄 의원에게 당신과 저는 전선에 선거 참관인들을 보내 우리와 전 세계가 합법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피란길에 오른 천만명 이상의 해외 거주자, 특히 유럽 거주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서방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내년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필요하다”면서 “저는 이 나라가 전쟁 중에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피력했다.
◆프리고진 사망 속 지속되는 공방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서 더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의 쿠피얀스크 주변 지역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리야 예블라쉬 우크라이나군 동부 전선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에서 포격을 620회, 공습 15회를 가하는 등 공격 횟수를 크게 늘렸다고 발표했다. 그는 “그러나 적의 공격 방향이 다소 바뀌었다”며 “쿠피얀스크에서 북동쪽에 있는 마을인 노보이호리우카로 공격 방향을 옮기고 있다”고 했다. 대변인은 지난 하루 동안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10차례의 러시아군 공격을 격퇴했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러시아 당국은 한때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하게 싸워온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대표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베리 지역에서 발생한 비행기 추락 사고 조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유전자 검사가 끝났다”면서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 10구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비행기 탑승자 명단과 일치한다”고 했다. 다만 비행기가 추락 원인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