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AP/뉴시스] 지난 20일 여자월드컵 결승 시상식 강제 입맞춤으로 논란이 된 스페인축구협회장.
[시드니=AP/뉴시스] 지난 20일 여자월드컵 결승 시상식 강제 입맞춤으로 논란이 된 스페인축구협회장.

[천지일보=이솜 기자]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25일(현지시간) 선수에게 입을 맞춘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더 이상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 사건으로 사임하라는 엄청난 압력에도 여전히 반항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시상식에서 기습적으로 한 선수에게 입을 맞췄고 이후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입맞춤을 당한 선수인 제니 에르모소는 이날 루비알레스 회장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협회 긴급 총회에서 자신을 피해자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사임하지 않겠다”고 연달아 네 번이나 선언하며 많은 남성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한 자신이 “가짜 페미니스트에 의한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동안 여자 축구를 담당하던 라파엘 델 아모 협회 부회장이 사임을 발표했고 최소 두 명의 다른 협회 위원도 사퇴를 선언했다. 델 아모 전 부회장은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승 시상식 중 에르모소 선수가 “나를 들어올려달라”고 했으며 이에 그가 “키스 할까요(a little kiss?)?”라고 묻자 에르모소 선수는 “네”라고 답해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그 키스는 내 딸 중 한 명에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메달 수여 중계방송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 선수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첫 순간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 선수에게 입 맞추기 전에 “들어올려달라”고 했다는 주장과 달리 선수의 발이 바닥에 닿아 있었다.

에르모소 선수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주장에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키스에 동의하거나 회장을 안으려 한 적이 없으며 루비알레스 회장이 묘사한 것과 같은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에르모소 선수는 다른 성명에서 “그 키스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며 “누구도 어떤 직장에서든 이런 유형의 비합의적 행동의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에르모소 선수는 또한 협회가 루비알레스 회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도록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협회는 이를 부인했고 26일 에르모소 선수와 그의 노동조합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에르모소 선수와 22명의 팀 동료, 50명 이상의 스페인 선수들은 “현 지도부가 계속 책임을 진다면 더 이상 스페인 대표팀에서 뛰지 않겠다”고 성명을 내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스페인 체육부는 전날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포츠법을 위반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차별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루비알레스는 공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결을 받을 수 있다.

피파는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징계 위원회는 경고와 벌금부터 선수 자격 정지까지 다양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몇 분 전에도 관중석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축하할 때 사타구니 부근을 부여잡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을 받고 있다. 그의 옆에는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와 레오노르 공주가 있었다. 그는 “행복감에 취한 순간이었다”며 이에 대해 사과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