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에너지연구소 등 연구팀
“상온 초전도체 LK-99개발”
논문 공개, 학계 뜨거운 관심

초전도체 관련주 폭등하기도
국내외 학계서 자체검증 돌입
“초전도체 아니다” 결론 발표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공동연구팀이 개발했다는 상온 초전도체 LK-99의 모습. 자석 위에 LK-99 몸체 일부가 떠 있다. (출처: 김현탁 박사 유튜브 캡처)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공동연구팀이 개발했다는 상온 초전도체 LK-99의 모습. 자석 위에 LK-99 몸체 일부가 떠 있다. (출처: 김현탁 박사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꿈의 물질’로 일컬어지며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것도 모자라 증권가에 투자 광풍을 몰고 왔던 ‘한국판 상온 초전도체(논문상)’ LK-99에 대한 관심이 점차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LK-99가 소개된 후 한 달여간 과학계는 뜨거운 관심을 보이면서도 반신반의한 태도로 검증을 진행했고, 증권가에선 기대감에 부풀어 관련주가 폭등했다가 급락하는 등 주주들을 웃고 울게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한국판 초전도체 논란의 중심에 선 LK-99와 초전도체 논란 전반을 재조명해봤다.

◆韓 초전도체 논문에 학계 ‘들썩’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공동연구팀(연구팀)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를 통해 LK-99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LK-99에 대해 약 30℃ 상온에서 유지되는 초전도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여년에 걸쳐 1000회 가량 구리와 납을 구워내며 초전도체를 구현해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산화 납과 황산 납을 혼합해 725℃ 온도에서 하루 동안 구워 라나카이트를 제조한 뒤, 라나카이트에 구리와 인 분말을 섞어 48시간 동안 구워 인화구리를 만든다. 이후 라나카이트와 인화구리를 분말 형태로 만든 후 진공 상태를 유지하며 925℃에서 구워내면 상온 초전도체인 LK-99를 만들 수 있다.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맞다 아니다’의 진실 여부를 떠나 논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순식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초전도체의 발견도 놀라운 일이지만 상온에서 초전도체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개발했다는 게 더 큰 이슈였다.

일반적으로 초전도체 현상은 영하 150도 이하의 극저온을 유지한 상태에서 나타나기에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은 사실일 경우 인류 최초로 ‘꿈의 물질’을 갖게 되는 위대한 발견이 되는 셈이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다. 전기를 전달할 때 초전도체를 활용하면 에너지 손실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에 깔린 모든 전선에 초전도체를 접목하면 송전 효율이 ‘100%’에 달할 수 있다. 즉 한해 조(兆) 단위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초전도체는 ‘마이스너’ 효과도 갖고 있다. 이는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올리면 반발력으로 자석이 공중에 뜨는 것을 말한다. 마이스너 효과는 고속 자기부상 열차를 제작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핵융합·입자가속기 등에서도 실험용 자기장 형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학계는 곧바로 검증에 들어갔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지난 1일 공개했다. 중국 연구팀도 고려대 연구팀이 제시한 상온 초전도체 재현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담은 실험 영상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학계를 들썩이게 한 LK-99에 대한 관심은 증권가에도 불어닥쳤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분류된 덕성, 서남, 파워로직스, LS전선아시아, 서원, 국일신동 등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학계 일각에서 상온 초전도체 성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한 번 뛴 주가는 좀처럼 내려갈 줄 몰랐다.

LK-99 관련 일지. ⓒ천지일보 2023.08.23.
LK-99 관련 일지. ⓒ천지일보 2023.08.23.

◆“아니다” vs “맞다”… 논란 가중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 건 공신력 있는 학계에서 “LK-99는 초전도체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부터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검증위)는 지난 3일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 LK-99를 상온 초전도체가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증위는 LK-99와 관련한 영상과 논문에서 이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공개된 영상 속 ‘LK-99를 매달아 두고 자석을 가져다 대면 반발하는 모습’은 구리와 같은 초전도체가 아닌 물질도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초전도체가 공중에 부양된 채 고정되려면 마이스너 효과와 함께 초전도체가 자석 위 공중에 뜬 상태로 특정 위치에 머무른 채 고정되는 ‘자기 선속 고정(플럭스 피닝)’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검증위는 강조했다.

하지만 LK-99가 자석 위에 떠 있는 영상은 항상 일부가 자석에 붙어 있고 움직인 후 진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자기 선속 고정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검증위의 설명이다.

검증위는 “논문에서는 완벽한 샘플이 아니라 일부만 공중부양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석과 샘플 사이 인력이 작용하는 부분이 있어 상대적 반발력으로 샘플이 자석에서 멀어져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정확한 마이스너 효과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검증위에 발표에 증권가는 출렁였다.

하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LK-99 논문의 공동저자인 김현탁 美 윌리엄앤메리대 연구교수는 지난 5일 뉴시스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LK-99가) 완벽하진 않지만 틀림없이 초전도 특징을 띠는 물질이라는 걸 확인했다”며 “초전도체 특징들을 다수 관측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LK-99에 대해 전기저항이 ‘0’이라는 점, 임계온도 위에 금속처럼 옴의 법칙(전류의 세기는 전위차에 비례하고 전기저항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을 보인다는 점, 금속에서 저항이 떨어지는 쪽으로 전류가 불연속 점프한다는 점 등 초전도체의 특징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발언은 LK-99의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효과를 가져오며 증권가를 다시 출렁이게 했다.

자성 물질의 정육면체가 초전도체 위에 떠 있다. (출처: 美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자성 물질의 정육면체가 초전도체 위에 떠 있다. (출처: 美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아니다” 주장에 관심은 다소 ‘시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계에선 LK-99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들이 쏟아져나왔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의 응집물리센터(CMTC)는 지난 8일 연구소 공식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슬프게도 우리는 이제 게임이 끝났다고 믿는다. LK-99는 실온은 물론 극저온에서도 초전도체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CMTC 측은 ‘데이터’가 이 같은 결과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네이처에 따르면 파스칼 푸팔 박사가 이끄는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연구팀은 LK-99의 순수한 단결정 합성에 성공했다.

독일 연구팀이 만든 LK-99 단결정은 투명한 보라색이었다. 푸팔 박사는 LK-99 단결정은 초전도체가 아니라 오히려 절연체임을 밝혀냈다고 했다. 또한 LK-99에서 발견된 초전도 유사 현상은 순수한 단결정에는 없는 황화구리 불순물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LK-99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이 나오자 관련주는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덕성과 서남, LS전선아시아 등은 장초반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17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덕성은 18일 장 개장과 함께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서남도 27.83% 하락한 5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과거로부터 지속된 ‘초전도체 연구’

한편 초전도체 발견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1911년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물리학자인 헤이커 오네스는 수은의 전기저항 측정 실험을 진행하다가 절대온도 4.2K(영하 약 269도)에서 전기저항이 갑자기 없어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초전도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학자들은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초전도 현상이 영하 240도 이하에서만 나타난다고 봤으나 이후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들이 발견되면서 초전도체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학계에선 영하 240도 아래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을 ‘저온 초전도체’로 분류하고,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온인 영하 180도 아래 또는 그보다 고온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체를 ‘고온 초전도체’로 분류한다.

2015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미하일 에레메츠 박사 연구팀은 황화수소를 영하 70도에서 대기압의 150만배 압력으로 압축하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이 연구팀은 2019년 수소화란타넘(LaH10)으로 영하 23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수소화란타넘은 ‘란타넘(La)’이라는 원소를 수소와 결합한 물질이다. 상온과 일상적인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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