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모친·여동생과 탈북
검정고시로 초·중·고 이수 후
연세대 학·석사 과정 마무리

“정부가 할 수 없는 일 하자”
탈북민 자립 지원 회사 설립
유소년 축구교실 ‘돌봄 지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김주찬 ㈔위로 대표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위로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탈북민의 자립과 통일을 위한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2021년부터 비영리 사단법인 ‘위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22.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김주찬 ㈔위로 대표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위로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탈북민의 자립과 통일을 위한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2021년부터 비영리 사단법인 ‘위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22.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아무리 좋은 심리적 지원이라 하더라도 탈북민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심리적 지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경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부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우리가 한 번 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2021년부터 비영리 사단법인 ‘위로’를 설립해 운영하는 김주찬 ㈔위로 대표는 지난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로 설립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탈북민을 돕는 다양한 재단과 법인, 기업들이 있지만 김 대표가 운영하는 위로는 남다른 점이 있다. 바로 김 대표 본인이 탈북민이라는 점이고, 그래서 그 누구보다 탈북민의 어려움과 아픔에 공감하며 가장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갖은 고생 끝에 2004년 모친과 여동생과 함께 탈북에 성공한 그는 18세의 나이로 대안학교에 들어갔다. 낯선 문화와 치열한 경쟁 사회 구조를 가진 남한에서 당시 김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그때 제가 생각했던 건 ‘남한 사회에 빨리 적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대안학교를 다니며 검정고시를 통해 초·중 교육과정을 끝냈고, 이후 학교생활과 고등학교 검정고시 과정을 동시에 하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학교를 그만두고 독학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어요.”

독학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김 대표는 결과적으로 대안학교 재학까지 포함해 1년 6개월 만에 초·중·고 모든 과정을 밟았고,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상담학(상담·코칭학)을 전공했다. 김 대표는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탈북민을 만나게 됐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김주찬 ㈔위로 대표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위로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탈북민의 자립과 통일을 위한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2021년부터 비영리 사단법인 ‘위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22.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김주찬 ㈔위로 대표가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위로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탈북민의 자립과 통일을 위한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2021년부터 비영리 사단법인 ‘위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22.

당시 그가 쓰던 석사 논문 주제는 ‘탈북민 가정 청소년에 관한 연구’였다. 김 대표는 자신이 다녔던 대안학교의 동기생들은 물론 탈북청소년 부모들 등 다양한 탈북민을 만나며 이들의 삶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가 만났던 탈북민들은 바리스타, 네일아트 등 다양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격증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탈북민들은 주위의 편견과 잘못된 선입견, 그리고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한 대인관계 갈등 등 다양한 문제로 남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장 밥 벌어 먹고살기 바쁜 탈북민들에게 아무리 좋은 심리상담을 지원한들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남한에선 탈북민이 이 사회에 ‘동화’되길 바라는 데 저는 동화가 필요한 게 아니라 ‘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한쪽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하나가 돼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김 대표는 탈북민들이 남한에 잘 정착하기 위해선 ‘자립’이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아무리 물적·심리적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자립하지 못하면 탈북민 스스로도 자포자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뿐 아니라 지원을 해주는 쪽에서도 그것이 기업이든 사회든 정부든 탈북민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2021년 사단법인 위로 설립에 앞서 2018년 주식회사 ‘위로’를 설립하고 스스로도 경제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탈북민을 대상으로 전자기기 수리 서비스 교육을 진행해 이들의 자립을 도왔다. 이뿐 아니라 소규모 편의점이나 네일아트 창업 등에 관한 교육이나 컨설팅도 직접 진행했다.

그는 초기 창업 자본 확보가 어려운 청년 탈북민을 돕기 위해 ‘달수(달리는 수리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달수’는 전자기기 사용자를 찾아가 수리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라며 “매장이 필요 없어 별도로 임대료가 들어가지 않고 오직 수리키트 가방만 있으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편의점 창업과 관련해선 ‘스마트 슈퍼’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슈퍼는 유인 또는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소규모 편의점 사업이다. 2021년 10월엔 ‘싸군마켓’과 탈북민 자립을 돕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탈북민에게 창업 컨설팅 제공 및 가맹비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여성 리더십 코칭 아카데미. (제공: ㈔위로) ⓒ천지일보 2023.08.22.
여성 리더십 코칭 아카데미. (제공: ㈔위로) ⓒ천지일보 2023.08.22.

탈북민의 카페 창업과 관련해선 김포에 ‘카페 더 위로’를 개점하고, 이곳에서 탈북민들이 바리스타 실습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더 많은 탈북민 지원사업을 위해 현재 ㈔위로의 이사진과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김 대표는 탈북민들이 겪는 자녀 돌봄의 문제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탈북민 가정은 경제적인 부담이 커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없다”며 “그렇다고 일을 쉬면서 집에만 있을 수도 없어 아이들의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것에 더해 탈북·다문화·남한 가정의 아이들이 서로 잘 어울리며 하나가 될 수 있게 할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축구교실을 생각했다”며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 하나가 되고 협동심과 자신감을 기르고 동시에 돌봄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2018년부터 김포에서 운영하는 ‘통일형 유소년 축구교실’, ‘위로FC’에는 탈북·다문화·남한 가정의 8~12세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서로 하나가 되니 부모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고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교류가 가능해졌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위로FC를 통해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정권이 교체되고 통일 정책에 변화가 생겨 정부나 지자체로부터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게 됐지만, 위로FC의 공식 후원사를 모집하고 있는 만큼 공식 후원사가 생기면 더 왕성한 활동을 통해 탈북민 가정의 아이들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지속적인 탈북민 지원사업을 통해 탈북민 자립을 돕고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과 더불어 ‘다음세대’로 분류되는 탈북·다문화·남한 가정의 아이들이 통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위로와 KBS스포츠 예술과학원 스포츠융합 과학부가 지난 5월 업무지원 협약식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업무지원 협약은 통일을 견인하고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다음세대 리더를 세우기 위한 통일형 리더 양성 사업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번 협약은 SH스포츠 에이전시가 주관한 ‘2023 전국 유소년 축구클럽 페스티벌’에 참가한 ㈔위로의 통일형 유소년 축구교실 ‘위로FC’가 챌린지 리그 3위에 입상하며 통일과 화합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제공: ㈔위로) ⓒ천지일보 2023.08.22.
㈔위로와 KBS스포츠 예술과학원 스포츠융합 과학부가 지난 5월 업무지원 협약식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업무지원 협약은 통일을 견인하고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다음세대 리더를 세우기 위한 통일형 리더 양성 사업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번 협약은 SH스포츠 에이전시가 주관한 ‘2023 전국 유소년 축구클럽 페스티벌’에 참가한 ㈔위로의 통일형 유소년 축구교실 ‘위로FC’가 챌린지 리그 3위에 입상하며 통일과 화합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제공: ㈔위로) ⓒ천지일보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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