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으로 나아가는 디딤돌 역할할듯

(캠프 데이비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8.19
(캠프 데이비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8.19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미일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위기 시 서로 협의하도록 약속하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채택하면서 새 안보협력 틀을 구축했다.

당초 윤석열 정부가 방향 설정은 잡았지만 국내외 반발을 감안해 속도 조절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는데, 예상을 깨고 3국 관계를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수준으로 격상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국 정상, 위기 시 ‘3자 협력 공약’

한미일 정상은 18일(현지시간) 정상회의를 통해 3국 협력 방향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건의 결과 문서를 채택했다.

이를 종합하면 한미일 협력에 대한 공동 비전을 담은 협의체 창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넘어 인태 지역 및 전 세계 평화 변영을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 등이 담겼고 정상회의 정례화와 군사훈련 연 단위 실시,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 공조 등 안보·군사적 차원을 넘어 경제 안보 등 문제까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이다. 이번 회의에서의 관심은 ‘과연 한미일 3국이 동맹 수준의 안보 협력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냐’였는데, 그 가늠자가 이 ‘3자 협의’ 뒤에 이어질 단어였다.

만약 ‘의무’로 구속력을 가지면 상대국 위기 때는 대처 방안을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 만큼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그렇다면 ‘한반도 위기 때 자위대가 상륙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는 이런 반대 여론에 부딪힐 것이 분명한데, 윤 정부가 이를 부담스러워해 최종 문서에는 의무 대신 ‘공약’으로 정리했다는 것이다.

다만 의무는 아니지만 한미일 어느 나라든 위협을 받으면 함께 대응하기로 ‘공약’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윤 정부는 북핵미사일 저지 등 동북아 안보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지만, 남중국해 문제 등 국제 군사 분쟁에 끌려 들어가는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위기 시 ‘3국 협의’ 제도화는 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헌장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나토처럼 상호방위조약을 맺지 않았고 공약 전문에 ‘한미, 미일 방위 조약을 대체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실제 동맹과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미국 일변도의 외교 행태를 볼 때 3자 공약이 한미일을 준동맹 수준으로 묶고, 결국 동맹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의 첫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한미 정권교체 가능성’ 속도 낸 배경

한미일 삼각 협력체는 미국 정부의 오랜된 숙원이었는데, 이번 3국 정상 간 회의를 통해 한 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미국에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상황이 됐다는 평가인데,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주목한다.

일단 갈수록 부상하는 중국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위협적 현실이 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이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의 작금의 현실은 이전과는 달리 많이 힘에 부치는 형편이라 중국 등에 맞선 동북아 지역 안보를 위해서는 한미일 협력체 구축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강조점이다.

여기에는 한일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었는데, 마침 윤 정부의 등장은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천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앞세워 미국 주도의 인태 전략의 완성본, 즉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의 하부구조로 편입되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출범 전후부터 드러내왔다.

또 역사적 갈등 문제로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던 그간의 과정을 겪은 미국이 만일 한국 정부가 정권 교체가 될 경우 역사 문제는 언제든 뇌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제도적 틀 마련이 우선이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미일 간 동맹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내년 미 대선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임기간 전통적 동맹과 우방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을 고려한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뒤집힐 수 없게끔 방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과거사 등 역사 갈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을 대변하던 윤 정부가 군사동맹 문제만은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기시감과 피로도의 반복 선상에서 수구 언론과의 합작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무턱대고 밀어붙이다가는 정권에 타격을 줄 정도로 반발을 살 수 있음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한발 물러선 것 같지만 지속 언급으로 관심을 갖게 하다가 ‘또 이 문제냐’는 피로감으로 이어지게 되고 수구 언론은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가세하고 어느샌가 정작 정책 실행에 나섰을 때는 반발 축소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전략 방안이 이 정부에 팽배한 것도 같은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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