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오전 전몰자 묘원인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3.08.15.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오전 전몰자 묘원인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3.08.15.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대한민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를 하는 대신 공물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패전(일본에서는 종전기념일) 78년을 맞아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앞서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에 대금을 봉납하고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찾아 꽃다발을 바쳤다고 NHK 등 현지 언론이 이날 전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 등에서 목숨을 잃은 246만여명의 영령을 모시고 있다. 그중 대부분인 213만 위는 태평양전쟁과 관련돼 있으나,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까지 합사된 상태다. 이에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일제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행위로 해석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와 갈등 요인이 돼왔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이날 신사참배는 하지 않고 공물을 봉납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는 재작년 10월 총리에 취임한 뒤 수차례 참배 대신 공물 봉납만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날 동참한 국회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공물 봉납에 이어 신사참배를 감행하면서 침략 전쟁 피해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추도식에 참석해 “‘전쟁의 참상을 두 번 반복하지 않는다’라는 결연한 맹세를 앞으로도 관철해 나갈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손을 잡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전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전쟁 당시 아버지를 잃은 구마모토현 출신 요코타 테루오(83)가 유족 대표로 나서 “세계의 정세에 눈을 돌려보면 여전히 분쟁이 끊이지 않고 수많은 소중한 생명이 희생돼 굶주림과 빈곤을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은 언어도단(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힘) 행위로 과거 전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상황에서 일본이 평화의 실현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은 절대 작지 않다. 우리 유족은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고귀함을 후대에 영원히 물려줄 것을 맹세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15일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전몰자들을 위해 기도한 후 이동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 신사에 직접 방문하진 않았으나 이날 오전 일본 패전일을 맞아 공물료를 봉납했다. (출처: 연합뉴스) 2023.08.15.
일본 국회의원들이 15일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전몰자들을 위해 기도한 후 이동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 신사에 직접 방문하진 않았으나 이날 오전 일본 패전일을 맞아 공물료를 봉납했다. (출처: 연합뉴스)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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