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매년 8월 15일은 광복절로 국경일이다. 1945년 8월 15일은 일본 제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해 패망함으로써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광복절을 기념하는데 올해는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한지 78년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당시 구 소련의 야욕과 북한을 장악한 김일성에 의해 남북이 분단되고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광복이란 명예롭게 회복한 것을 의미한다.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이 사라지고 강제적으로 식민지로 변한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됐기 때문에 광복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힘으로 광복한 것이 아니고 일제가 연합국에 항복했기 때문에 얻은 해방이었다. 그래서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남북으로 갈라져도 합칠 여력이 부족했고, 더구나 북쪽에는 독재의 야욕으로 가득한 자들만 있어서 분단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8월 15일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이기도 하지만 1948년 8월 15일은 국회로부터 선출된 대통령에 의해 구성된 정부가 수립된 날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반도 남쪽에서만 선거가 치러졌고, 그 결과 구성된 제헌의회가 헌법을 제정했으며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발효됐다. 대한민국의 기본법이 효력을 발생하면서 법적으로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성립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1948년 헌법을 제정한 이후 변함이 없다. 헌법은 우리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며, 국민에 의해 작동되는 공화국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이전의 한반도는 조선이란 왕국으로부터 이어진 대한제국이란 군주국이 있었다. 대한제국은 1899년 8월 17일 대한국 국제라는 당시의 헌법을 제정해 공포했다. 왕이 통치하는 왕국에서 황제가 통치하는 군주주권론에 근거한 제국으로 자주독립국으로서 주권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권을 선포했다고 해도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식적 의미 외에는 없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여러 차례 주변국의 침략으로 치욕과 어려움을 경험했던 조선은 역사적 잘못에 대해 깊은 성찰도 하지 않았고 당파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나라를 잃어버리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군주국이라고 해도 군주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애국을 위한 지혜와 성찰이 없으면 국가는 망할 수밖에 없다. 조선 즉 대한제국은 그래서 망했고, 그 결과 대한제국의 국민은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일제의 식민지 35년은 치욕의 나날일 수밖에 없었다. 1919년 3월 1일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항거해 대한독립을 외쳤던 날과 그 후 수많은 독립운동이 전개됐지만, 근대국가체제를 구축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일제에 대항하기는 어려웠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지만, 영토도 국민도 없는 임시정부로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승인받을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 국가를 잃으면 이를 되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현대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수의 국가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근대 이후 식민지를 갖고 있었지만, 이런 식민지에 대해 저지른 만행을 반성하면서 배상하는 국가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식민지에 대한 배상이 없다. 우리나라는 1965년 6월 22일 일본과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면서 그해 12월 18일 국교가 정상화됐다.

당시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해 일본은 우리나라와 청구권협정을 체결하면서 보상을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35년의 식민지 동안 잃은 피해에 대한 배상은 받지 못했다. 국제법상 전범국가에 대해 피해를 입은 국가들은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우리는 나라를 잃었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배상청구권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이 독일처럼 이성국가였으면 배상했겠지만, 불행하게도 일본은 그냥 전범국가에 불과했다.

그래도 전범국가였던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한 책임은 계속 물어야 한다. 물론 시대가 변했고, 일본도 이제는 이웃 나라로 협력을 해야 할 국가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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