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에 경고사격한 첫 사례
“우크라행 선박 잠재적 군함”
러, 상선 검사 후 항해 허용
“국제법 위반이며 해적 행위”

러시아 군함이 13일(현지시간) 남서부 흑해를 지나는 팔라우 국적 화물선에 경고사격을 가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 종료를 선언한 뒤 흑해와 인근 항구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의 충돌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러시아 해군 전함의 사격 모습 (출처: AP, 연합뉴스)
러시아 군함이 13일(현지시간) 남서부 흑해를 지나는 팔라우 국적 화물선에 경고사격을 가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 종료를 선언한 뒤 흑해와 인근 항구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의 충돌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러시아 해군 전함의 사격 모습 (출처: AP,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러시아 군함이 13일(현지시간) 남서부 흑해를 지나는 팔라우 국적 화물선에 경고사격을 가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 종료를 선언한 뒤 흑해와 인근 항구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의 충돌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자국 정찰용 군함인 바실리 비코프 순찰선이 흑해 우크라이나 해역으로 들어가는 팔라우 국적 수크루 오칸 선박에 자동 무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흑해 곡물 협정에 대한 참여를 중단했다. 러시아는 이후 우크라이나 해역으로 향하는 모든 선박이 잠재적으로 무기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런 가능성을 점검하고자 해당 상선에 검사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는 “선박을 강제로 정지시키기 위해 자동 무기로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단이 선상 점검을 마친 후 선박은 (목적지) 이즈마일 항으로 계속 항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강제로 선상 점검을 하기위해 Ka-29 헬리콥터의 도움을 받아 해당 선박에 탑승했다고 덧붙였다.

선박 정보분석업체 리피니티브(Refinitiv)가 제공하는 추적 서비스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현재 불가리아 해안 근처를 지나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부 관계자는 루마니아로 향하는 선박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으며 앙카라가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 미하일 포돌야크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X에서 “이번 사건이 명백한 해양 국제법 위반, 해적 행위, 다른 국가 해역에 있는 제3국 민간 선박에 대한 범죄”며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모든 결론을 도출하고 가능한 최선의 대응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우크라이나 남부군사령부 대변인도 “(러시아의) 이 성명은 흑해에 있는 모든 민간 선박에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운송과 항행이 국제적 보장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화물선에 대한 경고사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농산물을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 경로인 흑해에 대한 잠재적 위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아는 흑해 곡물 거래를 탈퇴한 이후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의 항구 마을을 공격해 항구 시설과 곡물 창고를 파괴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크림반도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해역에 접근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 군함’으로 취급하고 그들의 기국을 우크라이나 측의 전투원으로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고사격은 검사에 불응하면 러시아가 언제든 무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어서 해운 및 무역업계에선 흑해에서 긴장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응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또는 러시아가 보유한 우크라이나 항구에 접근하는 선박에 유사한 방식으로 위협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주요 곡물 및 석유 항구 옆에 있는 노보로시스크 해군 기지에서 러시아 유조선과 군함을 공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옥수수, 유채씨, 해바라기씨 및 해바라기유 시장에 있어 세계 최고의 농업 생산국이자 공급국이다. 러시아는 비료 시장에서도 주요 공급국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의 조치가 우크라이나에서 세계 시장으로 가는 곡류의 흐름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사실상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러시아는 서방이 자국에 대한 제재 완화하는 병행 협정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흑해곡물 협정 파기 이후 막힌 곡물 수출로를 열기 위해 흑해에서 임시 인도주의 회랑이 개설됐으며, 첫 선박이 수일 내로 이 항로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 군함이 13일(현지시간) 남서부 흑해를 지나는 팔라우 국적 화물선에 경고사격을 가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 종료를 선언한 뒤 흑해와 인근 항구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의 충돌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남부 이즈마일 항구에 쌓여있는 곡물(AFP=연합뉴스)
러시아 군함이 13일(현지시간) 남서부 흑해를 지나는 팔라우 국적 화물선에 경고사격을 가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 종료를 선언한 뒤 흑해와 인근 항구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의 충돌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남부 이즈마일 항구에 쌓여있는 곡물 (출처: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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