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일본경제가 올해 하반기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통화당국의 전망이 나왔다. 일본은행이 상당 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13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일본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보고서는 상반기 일본 경제에 대해 민간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 하락과 전기·가스요금 보조 등 정책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를 기록해 오름세는 둔화됐지만 신선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확대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과 주가, 장기금리가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일본은행의 완화정책 지속 기대 등으로 엔·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8.5% 상승해 주요국 통화중 가장 큰 폭의 약세를 나타냈다.

주가는 7월 말 현재까지 올해 27.1% 상승해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기 금리는 대체로 4%대에서 등락했지만 7월 말 일본은행의 수익률곡선관리(YCC: Yield Curve Control) 정책 수정 이후 0.6%대로 상승했다.

하반기 전망으로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한은은 일본의 성장경로에는 세계경제 성장세 약화,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등의 하방리스크가 잠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일본의 올해 성장률로 1.3%를 전망했고 내년 성장률로는 1.2%를 제시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달 일본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로 1.4%, 1.0%로 예상했다.

부문별로 민간소비는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 수요와 임금상승 등에 힘입어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설비투자도 과거 연기된 투자 실행, 탈탄소·디지털화 투자수요 증가 등을 바탕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수출의 경우 재화를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인관광객수 회복 및 관광소비 증가 등은 긍정적이지만 재화 수출은 세계경제 성장세 약화 등에 상반기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 하락, 전년 물가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의 가격설정 행태 변화, 임금상승세 지속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평가됐다.

일본은행이 상당 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통제하는 YCC 정책으로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해 왔다.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을 0.5%로 제한해 그 이상 금리가 오르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를 낮추는 경기 부양책이다.

지난해 12월에는 10년물 장기 국채금리 변동 폭을 종전의 ±0.25%에서 ±0.50%로 확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종전의 금리 변동폭(±0.50%)은 유지하면서 10년물 장기국채에 대해 1.0%의 이율로 매 영업일 지정가격 오퍼레이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7월 YCC 정책 수정은 향후 경기 및 물가 변동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화해 YCC 정책을 지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일본은행이 성급한 정책 전환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등 완화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만큼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근거로는 먼저 일본은행은 과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정책기조 전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은행의 정책수행에 부담으로 작용하였던 대규모 완화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지난해에 비해 축소된 것도 완화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은은 우선 엔·달러 환율이 올해 8.5% 상승했지만 국제 원자재가격 안정 등으로 수입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무역수지 적자도 대폭 줄었고, 여행수지 흑자도 코로나 이전을 상회하는 등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축소됐다는 점을 꼽았다.

대출 규모가 도시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3%를 상회하는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며 금융기관의 금융중개기능이 원활하다는 점도 배경이다. 아울러 국채매입 금리가 1%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부담이 완화됐다는 점이 지목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