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전북을 지난 하루 뒤인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인 부안군 잼버리장 숙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출처: 연합뉴스) 2023.8.11
태풍 카눈이 전북을 지난 하루 뒤인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인 부안군 잼버리장 숙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출처: 연합뉴스) 2023.8.11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한때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진행됐던 부안 새만금 일대가 물에 잠기고 강풍에 쓰러지는 등 피해를 봤다. 한국에 도달하기 전에 소멸할 것이라던 제6호 태풍 ‘카눈’이 슈퍼컴퓨터들과 각국 기상 당국의 예보를 줄줄이 깨고 한반도를 강타하면서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잼버리 야영지가 있던 부안군에는 9일 20㎜, 10일 69㎜, 11일 오전 6시 기준 5.1㎜ 등 94㎜의 많은 비가 내렸다. 사흘에 걸쳐 비가 쏟아지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야영지 일대 곳곳은 물웅덩이가 생기고 침수를 대비해 마련했던 15㎝ 높이의 녹색 팔레트가 잠긴 곳도 더러 나왔다.

태풍이 가신 지 얼마되지 않은 이날도 장화를 신어야만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야영장은 질퍽거리는 펄로 변한 상태다. 한쪽에 놔둔 몽골 텐트와 의자, 책상 등이 태풍이 가져온 강풍에 맞아 쓰러졌고 이동식 화장실 주변도 물에 잠겼다. 이밖에 야자수 매트도 침수돼 있고 고인 물을 빼내기 위해 파놓은 배수로도 대부분 물이 들어차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준비 미비와 예산 낭비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전북도는 전날부터 간이펌프를 가동해 물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태풍 카눈이 전북을 지난 하루 뒤인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인 부안군 잼버리장 숙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출처: 연합뉴스) 2023.8.11
태풍 카눈이 전북을 지난 하루 뒤인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인 부안군 잼버리장 숙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출처: 연합뉴스) 2023.8.11

이번 새만금 잼버리 행사 참가자는 158개국 청소년(만 14~17세) 스카우트 대원들과 지도자·운영 요원 등 총 4만 3000여명이다. 그러다가 폭염과 준비 미비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영국 스카우트 측은 지난 4일 대원들을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영국은 가장 많은 4500여명이 참가했다.

이어 미국이 날씨를 이유로 들며 새만금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번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 700여명의 스카우트 단원과 지원 인력 등 1200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후 태풍이 일본 남부를 뚫고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보가 바뀌면서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모든 대원들을 비상 대피시키기로 했다. 대상 인원은 조기 퇴영한 영국·미국·싱가포르를 제외한 156개국 3만 6000여명으로 버스 1000여대에 나눠 타 수도권을 중심으로 충청, 전북 등 8개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경기도가 가장 많은 88개국 1만 3568명(64곳)을 수용했고, 서울에는 8개국 청소년 3133명이 17곳에 머물렀다.

평균 3배에 이르는 수명과 이례적인 경로 탓에 3개국에 피해를 준 태풍 카눈은 우리나라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종단하며 백두대간을 넘은 첫 태풍으로 기록됐다.

◆운영부실에 폭염·태풍 겹친 잼버리

이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각종 악재로 파행을 빚으면서 ‘최악의 악몽이 됐다’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18일 새만금 세계잼버리 야영장 일부가 대회 개최를 보름 앞두고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봤다. 야영장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새만금 세계잼버리 야영장 일부가 대회 개최를 보름 앞두고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봤다. 야영장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가장 발빠르게 철수를 결정했던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지는 올해 행사 초반에 텐트가 물에 잠긴 들판이나 변기가 배설물로 넘쳐흐르고 비누나 휴지가 부족한 사진들을 받았다면서 위생 문제, 긴 줄의 샤워실, 자원 관리 문제, 장기간의 폭염에 그늘이 부족한 점, 수백명이 열사병과 벌레 관련 질병으로 쓰러졌다는 현장 증언 등을 다뤘다.

이후 한국 정부가 수백명의 청소 인원들과 더 나은 음식, 무제한 에어컨 버스, 기타 개선 사항을 동원했지만, 일부 예상되는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태풍으로 대피 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세계 스카우트 본부에서 정부에 대회 조기 종료 방안을 요청했으며, 영국 대표단이 열악한 조건을 이유로 대회를 일찍 철수했고, 이로 인해 100만 파운드(약 17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도 했다. 다만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과 각 지자체로 철수한 뒤 명소 관광과 각종 문화행사를 즐겼다는 내용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공연을 앞두고 입장한 각국 스카우트들이 행사를 기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8.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공연을 앞두고 입장한 각국 스카우트들이 행사를 기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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