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방해·협박죄 등으로 처벌
피해자 특정·범행 준비 등 입증돼야
법무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신설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의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살인 예고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는 8일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의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살인 예고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는 8일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묻지마 흉기 난동’이 잇달아 일어나고 ‘온라인 살인예고 글’ 작성자들이 구속되면서 실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혐의와 죄질에 따라 실형까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허위로 범죄를 예고했다가 기소된 이들 상당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법무부는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2일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까지 허위로 범죄를 예고했다가 기소된 이들 중 상당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협박죄·위계공무집행방해죄·살인예비죄 등이 적용됐다.

이 죄목들이 유죄로 인정받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하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거짓말로 경찰·소방의 업무가 방해됐다는 점이, 협박죄는 피해자가 특정되고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범행을 준비했을 경우 살인예비죄가 적용된다.

[서울=뉴시스] 서울 신림역, 경기 성남 서현역 등 묻지마 흉기 난동이 잇따르는 가운데 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이 올라온 서울 강남역 5번출구 인근에서 경찰들이 현장을 살피며 근무를 서고 있다. 2023.08.04.
[서울=뉴시스] 서울 신림역, 경기 성남 서현역 등 묻지마 흉기 난동이 잇따르는 가운데 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이 올라온 서울 강남역 5번출구 인근에서 경찰들이 현장을 살피며 근무를 서고 있다. 2023.08.04.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행을 예고한 경우 가장 많이 적용되는 혐의는 위계공무집행방해다.

법조계는 최근 온라인 살인예고 글을 올렸던 작성자 대다수가 이 같은 죄목이 적용돼 실형까지 선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이 올린 글로 인해 국가의 치안 유지 역량을 낭비하고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죄질에 따라서는 실형까지도 선고된 사례가 있었다.

2019년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대문에 화염병을 던지겠다”는 국민신문고에 올렸다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도 반성하지 않고 경찰관 등을 상대로 모욕적인 언행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1월 그에게 별도 경범죄 혐의까지 더해 징역 6개월의 실형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작년 8월 20대 남성 B씨도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자신을 이슬람국가(IS) 전사라고 사칭하며 “잠실 운동장에 폭탄을 설치했다. 자살테러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올려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받았다.

그의 게시글로 인해 운동장에서 연습 중이던 LG 트윈스 선수단을 포함한 시민 400여명이 대피했지만, B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점이 참작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0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06.

2015년 울산지법은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부산 센텀시티 근처에서 50명을 칼로 죽이겠다”는 글을 여러 건 올린 C씨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40시간을 선고했다.

C씨의 경우 범행 대상으로 여성·청소년을 지목했지만 검찰은 협박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특정된 경우에는 협박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D씨는 2015년 1월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 삼성동 자택을 폭파하겠다” “대통령과 홍보수석실 비서관 전원, 민정수석실 비서관 전원을 저격하겠다”는 등 여러 차례 위협적인 글을 올려 협박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D씨의 경우,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치료감호 명령을, 2심에서 협박미수 혐의로 변경돼 징역 6개월로 감형됐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이 잇따르는 가운데 6일 오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경찰특공대가 순찰 하고 있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축제장에서도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글이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출처: 연합뉴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이 잇따르는 가운데 6일 오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경찰특공대가 순찰 하고 있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축제장에서도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글이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출처: 연합뉴스)

실제로 범행을 준비했을 경우 살인예비 혐의가 적용돼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E씨는 애청하던 인터넷방송 BJ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다 살인예비·협박 등 혐의로 2021년 8월 의정부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BJ의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2021년 1∼2월 인터넷 게시판에 범행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글을 27회 이상 게시했다.

또 실제로 흉기를 챙겨 BJ의 모친이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인 척 들어갔다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3년,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이같이 온라인살인 예고 범죄가 잇따르면서 법무부는 최근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 검토 ▲살인예고·공공장소 흉기소지 처벌 규정 신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정부는 다음달 25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 발의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만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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