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물] 역사성·상품성 갖춘 대구 10미

대구십경·전주심미서 이름 착안
광복 직후부터 사랑받는 음식
음식 발굴·상품 육성 지속 제기
작년 9월 ‘대구의 맛’ 음원 출시
10~15일 파워풀 대구 10미 데이
대구마트유통조합과 협업 홍보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구 10미(味).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구 10미(味).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전국 어느 곳보다도 뜨거운 대구광역시. 무더위에 입맛도 잃을 것 같지만 ‘대구 하면 떠오르는 음식’,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구 10미(味)로 잃었던 입맛도 찾아보자. ‘대구’ 하면 떠오르는 음식에는 납작만두, 뭉티기 등이 있다. 이 두 가지 음식 모두 대구 10미(味)에 해당한다.

대구 10미는 지역의 향토성, 역사성, 상품성 등을 고루 감안해 엄선됐다. 대구에서 시작됐거나 대구에만 있는 독특한 조리법 또는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이 명칭은 조선조 대문장가 서거정(1420~1488)의 ‘대구십경(大矩十景)’과 전주 먹거리를 대표하는 ‘전주십미(全州十味)’에서 착안했다. 전주십미는 음식 재료를 중심으로 선정됐지만 대구 10미는 광복 직후부터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음식만을 선정했다.

대구시에서 매년 개최하는 대구음식박람회를 계기로 개성 있는 대구 음식을 발굴해 관광 상품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음식업계·학계 등의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2005년 대구음식박람회 이후 대경음식포럼이 주축이 돼 지역음식 발전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고, 음식업계 등에서 관계자 회의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대구 대표 음식 선정을 위한 민·관·학·연 합동 토론회, 대구의 맛 산업화 전략, 대구 대표 음식 선정 설문 조사 등이 그 예다.

◆대구만의 특징 담은 음식 10미

대구 10미는 대구육개장, 막창구이, 뭉티기, 동인동찜갈비, 논메기매운탕, 복어불고기, 누른국수, 무침회, 야끼우동, 납작만두 등이 있다.

대구육개장, 막창구이.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대구육개장, 막창구이.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대구육개장은 국이 끓을 때 고춧가루가 아닌 녹인 쇠기름으로 만든 고추기름을 양념으로 넣는 것이 특징이다. 사골과 사태를 고아 우려낸 육수에 대파와 무,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얼큰하고 매운 듯하면서도 개운한 뒷맛이 일품이다. 1929년 12월 종합 잡지 ‘별건곤’에서도 ‘대구가 육개장의 고장’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도 육개장을 대구의 명물로 소개하고 있다.

1970년대 초부터 유행한 막창은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을 연탄이나 숯불에 구워 특별히 제조된 된장소스와 마늘, 쪽파를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저지방 고단백 음식으로서 칼슘 함량이 쇠고기보다 월등히 높아 어린이 성장 발육에도 좋다. 유독 대구에서만 발달된 막창 문화가 전국에 폭발적으로 번졌으며 돼지막창도 즐겨 먹는다.

뭉티기, 동인동갈비찜.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뭉티기, 동인동갈비찜.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또 육회를 보편적으로 알고 있지만, 한우 생고기인 뭉티기는 대구가 원조다. 뭉티기는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만 하게 썰어낸 생쇠고기를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 음식은 외지에서 친한 친구가 찾아오면 반드시 추천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고기에 양념을 전혀 하지 않아도 풍미가 있어 싱겁지 않고, 양념장은 감칠맛을 더하고 육질의 쫀득함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맛을 낸다.

동인동찜갈비는 1970년대부터 대구 중구 동인동 주택가에서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익힌 소갈비를 담아낸 요리다. 매운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주 양념으로 조리하면서 시작된 음식으로 간장으로만 맛을 내는 갈비찜과는 다르다는 게 특징이다. 식사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면 맵싸하고 화끈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논메기 매운탕, 복어불고기.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논메기 매운탕, 복어불고기.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논메기매운탕은 다시마와 무로 우려낸 육수에 메기와 마늘,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대구식 신개념 매운탕으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다. 특별한 향신료를 쓰지 않아도 비린내가 없으며, 수제비를 넣어 먹으면 국물과 어우러져 더욱 깊은 맛이 난다.

1970년대 후반 복어요리라고는 기껏해야 탕 종류 정도밖에 없을 때 매콤한 양념과 콩나물, 양파, 대파를 곁들여 빨갛게 볶아먹는 복어불고기가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개발됐다. 갓 숨 죽은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부드러운 복어살이 입안에 섞이면서 색다른 맛을 연출한다.

누른우동, 무침회.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누른우동, 무침회.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전국에서 국수 소비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 대구일 정도로 대구 사람들의 국수 사랑은 유별나다. 누른국수는 경상도 칼국수의 별칭으로 사골, 해물 등이 들어가지 않는다. 밀가루와 적당한 양의 콩가루를 섞어 얇고 널찍하게 밀고 겹쳐서 가늘게 썬 다음 멸치 육수에 넣고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구에서는 활어회의 대체 식품으로 삶은 오징어와 소라, 논고둥, 아나고 등을 무채, 미나리와 함께 고춧가루와 마늘, 생각을 버무려 무침회를 먹는다. 무침회는 바다에서 나는 오징어, 소라와 논에서 나는 논고둥을 데치고, 아나고는 생것으로 넣은 것이 특징이다. 푸짐하면서도 저렴한 가격과 맵고 화끈한 맛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도 편중되지 않은 음식이다.

야끼우동, 납작만두.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야끼우동, 납작만두.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8.08.

야끼우동은 1970년대에 대구에서 처음 개발된 얼큰하고 매운 대구시 볶음우동이다. 고운 고춧가루와 마늘의 매운 양념을 기본으로 양파, 배추, 호박, 숙주나물, 목이버섯을 넣고 여름에는 부추, 겨울에는 시금치에 새우, 오징어, 돼지고기를 넣는다. 적당히 매운맛에 뒷맛은 달짝지근하며 센 불에 재빨리 볶아 면을 넣기 때문에 재료마다 향이 그대로 살아있고, 매콤달콤하면서 약간의 중독성이 있다.

납작만두는 무미(無味)에 가까운 듯한 맛이 특징이다. 얇은 만두피에 당면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물에 한 번 삶은 다음 구워서 간장을 술술 뿌려 먹는다. 1960년대 초 대구에서 기존 중국 만두의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당면, 부추, 당근, 양배추, 파 등을 주재료로 한 식물성 만두소를 넣어 만든 신개념 만두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떡볶이나 매운 채소를 섞어 매콤하게 즐기기도 한다.

◆마트유통조합과 협업 지역 음식 홍보

대구시는 대구 10미의 브랜드화와 지역 음식업계 활성화를 위해 만든 트로트 ‘대구의 맛’을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 플랫폼을 통해 대구 10미를 비롯한 대구산 식품과 음식들을 알린다.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은 ‘파워풀 대구 10미 데이’ 개최를 통해 오는 10일부터 할인 행사를 한다. 지난해 9월 대구 10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음식업계 활성화를 위해 ‘대구의 맛’이라는 트로트가 나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도로공사 17개 휴게소에서 이 트로트를 송출해 대구 10미 브랜드를 알렸고, 지난 7월에는 대구 신세계 백화점 내 문화홀 및 교육실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음원을 홍보했다. 이번에는 대구경제의 실핏줄인 대구 마트 플랫폼을 통해 음원을 홍보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대구 향토 음식 브랜드인 대구 10미를 시민들에게 홍보한다. 이번 협업은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과 협업하면서 음악 콘텐츠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은 오는 10~15일까지 열리는 파워풀 대구 10미 데이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향후 257개 회원사 업체 전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매월 10일을 대구 10미 활성화와 연계된 이벤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우석 대구마트 유통협동조합 이사장은 “트로트 ‘대구의 맛’이라는 노래를 통해 대구 10미 브랜드 홍보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대구시의 정책 방향에 깊이 공감한다”며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이 애향심을 고취하고 시민과 상생할 방안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고, 매월 10일에 홍보 행사를 당분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향후 다양한 분야에 확대 추진해 다양한 홍보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의관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대구시가 제작한 트로트 ‘대구의 맛’을 통해 대구 10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더 나아가 지역 식품·음식 산업들의 ‘제조-유통-소비’ 네트워크 강화에 대구 10미 브랜드가 밀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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