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에 예산 논란

운영비로만 ‘74%’ 지적에

조직위, “7%에 불과해” 해명

與 “전정권 주도”-野 “현정부 안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지난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지난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불볕더위 속 부실한 운영과 관리로 인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자초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미 158개국 중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영국이 야영장을 떠나고 미국·싱가포르 철수에 이어 태풍 ‘카눈’ 북상으로 나머지 참가자들마저 조기 철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파행을 맞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잼버리에 투입한 총 1170여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의 용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부실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어야 한데도 일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 찾기에 골몰하는 정부와 여권의 행태가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나아가 이번에도 자신들의 무능력을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다만 여야 모두가 잼버리 대회를 잘 끝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공감했음은 물론이다.

◆여권정부, 책임소재 찾기에 나섰나

정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 행사에 투입한 예산은 총 1171억 원이다. 국비 302억원과 도비 409억원, 지방비 419억원 등으로 구성한 뒤 나머지는 자체 수입 400억원과 옥외광고 49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이 중 전체 예산의 74%에 달하는 869억원이 대회 조직위 운영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도가 높은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129억원(11%)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하수처리시설과 주차장 등 필수 기반시설에는 235억원을 배정했다. 다음으로는 교육장 조성 36억원, 집회장·무대 설치 30억원 순이었다. 야영장과 필수 기반시설 비용을 모두 합해도 364억원 규모로, 조직위 운영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적이다.

여권과 정부가 책임 소재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조직위는 실제로 조직위 인건비와 운영비 등에 사용한 금액은 84억원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전체 예산의 7%에 불과한 수치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전날(7일) 정례브리핑에서 “예산은 1130억원이고 그 중 조직위 인건비로 55억원, 운영비로 29억원 등을 썼다. 모두 합해 총 84억원”이라며 “나머지 예산은 잼버리 시설비와 행사 사업비로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네 탓’ 책임공방

잼버리의 파행이 세계적인 논란거리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심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가 유치된 건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이라며 근본적인 책임 소재는 야당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과 전문가들 대부분은 사고만 터지면 남 탓하는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직격한다.

여야 공방이 격해지는 건 이 때문이다. 잘 되면 내 탓 못되면 네 탓이라니 놀부 같은 심보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잼버리 행사가 잘 치러졌다면 민주당 때문이라고 공을 넘겼을 것이냐는 얘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국익이 걸려 있는 대규모 국제행사 도중에 문제 해결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더 확산시키고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잼버리 새만금 유치가 확정된 건 2017년 8월 문 정부 시절이다.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종합계획 수립 등이 이뤄진 것도 모두 문 정권이 주도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공세 수위를 높여 맞받았다.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잼버리는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국제행사다. 전임 정부 탓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국격이 더 이상 추락되지 않도록 정부가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잼버리 사태는 천재지변에 의한 우발적 사고가 아닌 예고된 사고다. 1년 전부터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지만 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무사 안일주의에 빠졌다. 그러면서 전 정부 탓을 한다”며 “잼버리가 성공적이었다면 이게 다 문 정부 덕분이라고 했겠나. 잘되면 내 공, 못되면 남 탓 좀 그만하라”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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