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리체계 있지만 이용률↓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 12%
홍보 부족으로 센터 인식 부재
환자 치료에 ‘관리 강화’ 필요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해 경찰 순찰차와 소방 구급차가 출동해 있다. (출처: 연합뉴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해 경찰 순찰차와 소방 구급차가 출동해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가에서 관리되는 정신질환 환자는 8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과 학교 폭력 등에서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음에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환자가 치료를 거부할 경우에도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관리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 중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이용하는 환자의 비율은 0.13으로, 8명 중 1명 정도만이 지역사회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장애 환자 등록률은 0.05로 관리 대상이 20명 중 1명밖에 안 됐고, 주요 우울 장애 환자의 등록률은 그보다 더 낮은 0.01로 100명 중 1명꼴이었다.

특히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관리받는 비율은 2018∼2021년까지 4년간 0.14, 0.14, 0.13, 0.13으로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260개소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는 등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244개 시군구에 설치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정신건강병원에서 퇴원했거나 외래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방문이나 전화상담, 정신재활훈련 등을 통한 환자 맞춤형 관리 서비스가 제공된다.

정부는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최근 잇따르는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중 일부가 과거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도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드러나면서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사업을 수립하고 지역 내 유관기관과 연계해 서비스 제공 체계를 마련하는 광역형 정신건강복지센터 16개소와 정신질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초형 244개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말 기준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자는 7만 9446명으로 같은해 전체 사업 대상인 중증 정신질환자 65만 1813명의 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환자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캐나다(46.5%), 미국(43.1%) 등에 비교하면 1/4 수준에 불과하고, 일본(2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이 낮은 이유로는 홍보 부족으로 꼽힌다. 홍보가 부족해 센터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환자에게 강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선생님이었던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현행범 체포된 20대 남성 A씨가 5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과거 선생님이었던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현행범 체포된 20대 남성 A씨가 5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실제 지난 4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 A씨의 경우 조현병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지만 입원 및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어머니도 아들의 범행이 ‘망상’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 피의자 조선(33)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 장애) 판정을 받았다. 경기 성남 분당구 서현역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구속된 최원종(22)은 지난 2020년 분열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았다.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

인력 부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자 1인당 등록 정신질환자는 2021년 기준 26.5명에 달한다. 정부는 2019년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안인득이 본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흉기로 마구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자 1인당 관리 대상자를 25명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충원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지만, 환자들에 대한 관리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2021년 사이 전문인력 1인당 관리 대상자 수는 40.7명에서 34.0명, 27.9명, 26.5명으로 대폭 개선됐다. 그러나 환자 중증도에 따라 약 1개에 1회, 혹은 매주 1회씩 진행되는 상담 일정을 소화하기가 여전히 버겁다는 의견이 많다.

병원 관계자는 “가정 방문을 나가면 환자의 복약상태와 안부 등을 확인하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소 30∼40분이 걸리고, 센터로 돌아와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또 전문관리 요원이 여성인 경우엔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움직여야 해 인력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정신 건강에 관한 새로운 인프라 도입과 예산 반영을 적극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복지부를 중심으로 ‘국민 정신건강 서비스 혁신 대책’을 마련 중이다. 복지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신질환자 외래 및 입원치료 제도 전반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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