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확진자 증가 추이 보여
“감기 정도로 인식 변화돼 걱정”
폭염에도 자리 지키는 의료진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만여명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출처: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만여명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전국특별취재팀] “솔직히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되고 격리도 권고로 바뀐 순간부터 걱정이 앞섰어요. 우려가 현실이 되니 나를 지킬 방법을 더 찾아야겠다 생각했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만여명을 넘어서면서 본지가 만난 윤혜지(가명, 29, 용인시)씨가 방역대책이 완화되면서부터 우려한 상황이었다고 이같이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7월 첫째 주부터 전주 대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8월 중순 확진자 규모는 작년 12월과 유사하게 주간 일평균 약 6만명 정도(일 최고 약 7만 6000명)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경각심이 너무 없어져 인식이 바뀌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노건(31, 남, 수원시)씨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위험한 질병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든 사람이 감기와 같은 질병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인식이 이렇게 바뀐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마스크 착용 권장에 대해 이씨는 “현재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숨이 막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학원에 근무하는 서은별(26, 여, 수원시 장안구)씨는 “마스크 착용이 사실상 해제됐지만, 수강생과 강사들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여전히 착용하고 있다”며 “감염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폭염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간혹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시민들도 있었다. 폭염으로 답답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희(50대, 여,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씨는 “실내에선 착용하지만 더위에 숨이 막혀 밖에서는 도저히 착용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유행이 언제 끝날지 끝이 안 보여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미영(50대, 여, 안산시 이동)씨는 “감기보다 조금 더 심하게 아플 뿐이라 크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하기에 손 씻기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건 꼭 해야겠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마스크를 착용하며 건강을 지키더라도 폭염, 증가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등의 상황 때문에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강남으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오서준(가명, 30, 남, 서울시 노원구)씨는 예전 코로나19로 확진돼 목이 아파 고생했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격리도 권고로 바뀐 상태라 지금 감염돼 돌아다니면 감염되는 일은 비일비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염으로 더운데 확진자까지 늘어나면 그야말로 악재인 것 같다”고 푸념했다.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김숙영(가명, 60, 여,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씨는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감염된 것 보니 아직 끝났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자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끝난 것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마스크 착용에 대해 생활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표현하는 시민도 있엇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더라도 착용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광주 북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서은(51)씨는 “여름 더위에 불편하지만 마트, 백화점, 식당같이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갈 때는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쓰게 됐다”고 습관에 대해 언급했다.

박은혜(21, 여, 광주 북구 운암동)씨는 “요즘 독서에 빠져 도서관에 자주 가는 데 마스크 사용은 상대에 대한 매너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라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도 증가하고 있다. 폭염에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은 무더위를 이겨내며 파란색 랩 가운과 장갑,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민들의 검사를 돕고 있었다.

의료진들은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와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가 권고 사항인 것이 감염병 재유행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휴가철과 세미나 등 단체 활동이 많아진 것, 무증상 환자 증가, 여름철 냉방 시 환기 부족 등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의료진은 “양성이 나왔지만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들이 많다”며 “마스크가 의무 착용이 아니다 보니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의식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선별진료소의 한 의료진은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이 하루빨리 4급으로 하향됐으면 좋겠다”며 “코로나19가 안정화돼 지역사회 주민들이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의료계에 일하고 있는 의료진 또한 국민의 건강을 바라면서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를 바랐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김혜정(33, 여, 목포시 석현동)씨는 “방역지침이 완화된 이후에 병원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잘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환자들 생각에 걱정이 됐다”며 “마스크 착용이 다시 의무화된다면 지금보다 조금 불편함이 생기겠지만 건강과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감염돼도 격리 의무가 사라져 감염 사실을 알아도 활동하거나 출근을 권장하는 회사도 있다고 들었다”며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조심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김미정, 김서정, 김정자, 류지민, 송연숙, 이미애, 이성애, 천성현, 최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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