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건 중 13건 작성자 검거·수사
검거된 게시자 중 10대도 존재
29건 게시자 못 찾아… IP 추적중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에 전날 설치된 경찰 통제선이 제거된 가운데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에 전날 설치된 경찰 통제선이 제거된 가운데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3.08.04.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신림역, 서현역에 이어 대전의 고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등과 비슷한 모방 범죄를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글이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거된 일부 게시자 중에선 중학생을 비롯한 10대 미성년자도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서현역 AK백화점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이날 오전 7시까지 디씨인사이드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 최소 42건의 살인 예고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 중 13건에 대해서는 작성자를 검거해 경위와 범죄 혐의점 등을 조사 중이다. 게시자를 찾지 못한 나머지 29건에 대해서는 IP 추적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전날 “오늘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20대 남성과 특정 학교를 거론하며 “정문 앞에서 5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작성한 미성년자가 각각 검거됐다. 또 “내일 밤 10시 한티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자수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잠실역과 강남역 등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글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기 하남시에서는 전날 중학생 A(14)군이 “미사역 일대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게시글을 썼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또 “내일모레 의정부역 기대해라 XX야”라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붙잡혔다. “모란역 오늘 7시 2명 죽이겠습니다”라는 게시물을 작성한 작성자도 같은 날 오후 검거됐다. “저도 유행 참여해봅니다”라며 용인 에버랜드에서 살인한다는 예고 글을 올린 남성도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에서는 같은 날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미성년자가 자택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에서는 경산 소재 대구대학교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대구대 롤로노아 조로 삼도류 칼부림 예고한다. 다 덤벼라”는 칼부림을 예고한 20대가 검거됐다. 또 “다음에는 구미역 칼부림이다”라는 글을 쓴 10대 미성년자가 5일 새벽 긴급체포됐다.

인천에서는 5일 오전 국내 최대 규모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축제장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혹시 모를 상황에 인천경찰청은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전술팀과 폭발물처리반(EOD) 등 특공대 6명, 장갑차를 축제장 인근에 배치할 예정이다.

‘살인 예고 글’은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IP 등을 통해 추적에 나서고 있으나 작성자들이 유동 IP나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용의자 특정이 쉽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살인 예고 게시자들에게 협박,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또 살인이나 상해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확인되면 살인예비나 상해예비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사상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경찰은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백화점 등 전국 247개 장소에 경찰관 1만 2000여명을 배치해 순찰을 강화했다. 전국 15개 시·도경찰청에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127명도 배치할 방침이다.

지난 3일 발생했던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4일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도 예외 없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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