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2년 차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여러 건의 교사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권 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 초등교사의 99.2%가 교권침해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지난달 21~24일 전국초등교사노조) 결과가 나올 만큼 교권 보호는 미룰 수 없는 사안이 됐다.

이에 교육부는 이번달 ‘교권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고시) 마련과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교권 강화와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정 ▲학부모 악성 민원 대응책 3가지 방향을 골자로 한다. 이에 본지는 정부의 ‘교권 보호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교육계 전문가와 교사, 학부모 등이 교권 보호를 위해 어떤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지 들어봤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교권 회복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교권 회복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29.

◆교사들 “아동학대법 개정” 한목소리

교사들은 아동학대처벌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사들이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법)에 무방비로 노출돼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며 “조금만 얘기를 잘못하면 학부모들이 아동학대로 거니깐 생활지도를 할 수가 없다.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아동학대법의 적용 면제를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교사 A씨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을 찾아 조문한 정시아(가명, 30, 여)씨는 포괄적인 아동학대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경기도에서 8년째 교직에 몸담은 정 교사는 “지금 제일 심각한 게 아동학대 문제다. 예를 들어 학부모들이 받아쓰기만 시켜도 ‘아동학대’라고 하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지도했다고 해서 아동학대라고 한다”며 “아동학대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넓어서 정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학부모 민원이나 갑질이 있으면 교사가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도 아동학대법이 학부모들의 ‘화풀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위원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이나 교권보호조례를 새로 확립한다든가 하는 조례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아동학대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받게 되고 학교 현장을 마비시키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학교폭력법도 학교 내외에서 학교 내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병 위원장도 학교폭력 사안을 처음부터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교에서 거른 뒤 교육청으로 갔는데 아예 교육청에서 도맡아서 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22.

◆교사 격려‧존중 분위기 조성 필요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 전문 자문 변호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혼자서 처리하려다가 고통을 받고 좌절하게 되는 일을 막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교사가 손쉽게 상담을 요청할 수 있고, 교육청이 비용을 지불하는 전문 자문 변호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교육청이 신규교사 발령시 모두가 회피하는 학교 발령을 자제하는 정책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서이초의 경우에도 학부모 민원이 심한 학교여서 기피대상 학교였다”며 “경력교사도 어려운 상황에서 무경력의 초임교사는 과도한 학부모 민원에 잘 대응하기를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32년째 교직에 몸담은 신현식(가명, 60, 남) 교사는 교권을 살리려면 교사에게 학생지도 면책권을 주고, 문제학생 분리지도 전담팀이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사는 “한 교실에 20~30명의 학생들이 하루 종일 생활하다 보면 학생 사안이 무수히 터진다. 교실은 말 그대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사는 작은 사회”라며 “일단 학생 사안이 터지면 아이를 분리해 따로 지도하는 팀에게 넘겨져야 나머지 학생들이 온전히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원평가는 폐지돼야  한다는 게 신 교사의 주장이다.

그는 “사회 성인들이 회사에서 직원평가를 하는 것은 직원의 능률을 올리려 한다지만, 학생이 1년 동안 열심히 가르쳐 준 제 선생님을 무기명으로 평가하라니 미성년 학생들은 얼마나 신나겠는가”라며 “그동안 선생님들을 비난하는 기사만 있었지 선생님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기사는 드물었다. 그러니 학부모들도 학교와 교사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학부모단체 ‘학생인권조례’ 의견 분분

정부의 학생인권조례 재정비를 놓고 학부모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학생인권조례 재정비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교육계 수장들 간에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권오주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여러 가지 면에 문제가 야기된 측면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학생인권조례를 검토해서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학생인권조례를 완전히 폐지해서 학생들을 억압한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보다는 재정비해서 선생님들에게 잘못하는 학생들의 문제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고 그와 더불어서 선생님과 학생의 인권이 함께 조화롭게 존중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는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며 일단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미향 학생학부모교사 인권보호연대 대표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피해나 문제점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나 설문 등의 자료가 있다. 일단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며 “그 뒤에 차분하게 모여서 교사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그런 다음에 조례가 나오든 교육부에서 어떤 대책을 세우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 대표는 “선생님도 학부모를 못 믿고 학부모도 선생님을 못 믿고 있다”면서 “이게 바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낸 폐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 ‘네가 결정할 수 있고 너한테 굉장히 인권이 많아’라고 얘기하며 심지어 성적 결정권도 있다고 하니 미숙한 애들에게 칼을 쥐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박은경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는 교육부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과 학생인권조례 재정비에 대해 “문제행동 학생 규제 규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박 대표는 “세계 1위의 극단적 성적경쟁 스트레스 등 문제행동이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을 찾아 발본색원하지 않는다면, 규정을 적용하려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인권과 교권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고 고유의 권한이 있는 것이고 함께 가는 것”이라면서 “최근 교권 침해관련 문제의 원인을 학생인권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그동안 교권강화 요구에 침묵하고 방기했던 정권과 교육부의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교권 회복 관련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교권 회복 관련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교권 침해 생기부 기록 “대책 아냐”

정부가 교권 침해에 대한 징계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영현 정책위원은 “학폭을 생기부에 기재하면서 각종 변호사가 학교로 들어와 소송전이 난무하고 있다”며 “교권 침해를 생기부에 기재하고 하면 또 어떤 브로커들과 로펌이 학교 현장에 들어오고 학부모들은 ‘선생님 우리 애 교권 침해로 생기부에 기재하실 건가요?’라면서 협박하는 일들이 난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제 학부모 사태를 막기 위해 법을 만들고 교사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 학부모와 교육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가선 안 된다고 의견도 있다. 박남기 교수는 “교육은 교사 혼자서가 아니라 학부모와 함께 해야 한다”며 “문제의 행동은 막더라도 일반 학부모의 교육열은 좋은 방향으로 발휘돼야 한다. 그리하여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학생 교육에 힘을 모으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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