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100명 두고 부산간다
지역성장 중심으로 방침 정해

노조 “국가 차원 15조 손해”
파급효과도 동남권 치중될 듯

임직원 94% “부산 안 가겠다”
산은, 주거에 200억 소요 전망

-핵심요약-

◆산은, 지균형 위해 본점 이전 가닥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산업은행을 ‘이전 대상 기관’으로 지정 고시하며 이전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했고 산업은행과 당국은 최근 ‘소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기능 이전’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 이전 방안 발표에 따라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집 옮겨야 하는 직원들, 반발 심해져

산업은행 노조 측은 향후 10년 동안 15조원의 국가적 손실과 7조원이 넘는 산은 기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근무지 이동으로 인한 직원 유출과 산업은행이 제공해야 하는 주거지 비용 소모 등을 감안해 이같이 주장했다. 또 산업은행 직원 안에서도 10명 중 9명 이상이 ‘부산 이전 시 부산으로 이전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절차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노사 간 이견이 심해지고 있다.

산업은행 사측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라며 모든 조직과 기능을 부산으로 보내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노동조합 측은 국가적으로 천문학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 살펴봤다.

◆산은 100% 부산 이전 가닥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동시에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이전 대상 기관’으로 지정 고시하면서 이전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최근 ‘한국산업은행 정책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결과 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용역사인 삼일PwC는 산업은행의 전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방식’과 서울에 기능을 병행 배치하는 ‘금융수요 중심형 방식’을 제안했다.

산업은행은 용역 결과를 검토한 뒤 소수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을 모두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방식을 채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에서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는 시장 안정, 자금 조달, 대외 협력 등의 부문은 남기되 모든 직원과 부서를 부산으로 옮기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여의도에 최소 인력인 약 100명만 두고 조직 전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담긴 이전 계획안을 마련, 금융위에 제출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용역 결과에 따르면 지역성장 중심형 방식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동력 창출, 동남권·부산 금융중심지 활성화 선도 등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산업은행 노조가 주장하는 정책금융기능 약화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은행법 개정 절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산업은행 기능 100%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당연한 결론”이라며 “민주당도 산업은행법 개정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봉민 부산시당위원장도 “산업은행법 개정을 촉구하는 부산시민 100만명 서명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국가차원 15조 손실 전망도 나와

산업은행 사측에서 용역 결과를 근거로 부산 이전 절차를 강행하자 노조 측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측에서 주장한 부산 이전 파급 효과에 비해 기관 손실과 국가 차원의 손실이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소재 산업은행 본점에서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산업은행 노조는 한국재무학회에 본점 이전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의뢰한 바 있다.

한국재무학회는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긴 후 향후 10년간 7조 39억원의 기관 손실과 15조 4781억원의 국가 경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재무학회는 “기업금융, PF, 간접투자 등 산업은행 연 수익 업무 부서별 수익을 비롯해 산업은행 자체 수익이 6조 533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신사옥 설립, 주거지원, 인력충원과 업무개편 등으로 4702억원의 이전 비용이 추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재무학회는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으로 인해 지역균형보다 동남권 지역으로 이익이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이나 재무학회 책임연구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국가 전체적으로 1조 2452억원의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이 중 78%인 9703억원이 동남권에 편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국가 전체적 파급효과가 1조 2452억원가량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손실은 16조 7233억원으로 추정됐다”며 “이로 인해 구조조정 기업이 도산해 22조 156억원의 국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배당금 지급 여력 약화로 정부 재정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력 유출 문제도 발생할 듯

부산 이전으로 인해 천문학적 손실이 전망되는 가운데 인력 유출 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산업은행 내 퇴사자가 급증하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부산 이전이 본격화된 지난해 퇴사자는 97명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도 44명이 퇴사했다. 통상적으로 산업은행에서 30~40명이 퇴사했던 것으로 감안하면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부산 이전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산업은행 임직원 10명 중 9명 이상이 부산으로 이주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도 나타났다.

산업은행 노조가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임직원 2052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부산 이주 의향이 ‘별로 없다’고 응답했고, 9%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부산으로 이주할 의향이 ‘매우 있다’고 답한 직원은 1%, ‘조금 있다’를 택한 사람은 2%, ‘보통이다’라고 답한 이는 3%에 그쳤다.

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 임직원 중 66.7%가 기혼직원이며 미혼직원들도 대부분 5년 내 결혼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며 “이들 대다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배우자의 경력을 포기하면서 부산으로 이주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주할 경우 직원 2%만 전세로 자가를 구하겠다 답했고, 나머지는 회사 오피스텔, 임차 혜택 등을 통해 근무하겠다고 답했다”며 “이로 인해 매년 200억원 이상의 주거 비용이 산업은행에서 소모될 전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측은 부산 이전이 가져올 기대 효익과 기대 손실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은 하나도 실시하지 않고 ‘답정너’식 컨설팅에 10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며 “산업은행 노조는 일방적으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정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 노조는 민주당과 연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고 있고, 부·울·경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도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법이 4월 총선 이후 확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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