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도 발견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극지연구소가 2일 해열진통제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이 영하의 자연환경에서 독성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김기태·안용윤 박사·한림대학교 김정원 교수 연구팀은 물에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질산염을 넣고 얼리면 아세트아미노펜이 산화돼 독성화합물인 벤조퀴논이민류를 생성한다고 밝혔다. 

벤조퀴논이민류는 아세트아미노펜의 약 25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은 초고순도의 물이 아닌 북극에서 채취한 물로 실험했을 때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고 두 가지 성분이 포함돼 있으면서 물이 얼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장소라면 어디서나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우리나라의 모든 강에서 나타나며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북극 바닷물에서도 최근 확인됐고 아질산염 또한 강이나 호수, 바다, 토양, 대기 등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는 질산염으로부터 쉽게 생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 2023.08.02.
동결농축효과 발생 이미지. 물 분자가 얼음(ICE)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물 속의 주요 성분들이 사진과 같이 좁은 틈에 농축되어 화학반응 속도가 수백~수천배가까지 빨라지는 현상으로, 보통 물질을 동결하였을 때 화학반응 속도가 느려진다는 상식과는 확연히 다른 현상임.(제공: 극지연구소) ⓒ천지일보 2023.08.02.

연구팀은 아세트아미노펜과 극미량의 아질산염을 동결시켰을 때 화학반응이 급격한 속도로 나타나는 현상도 확인됐으며 이는 반응 과정에서 소모된 아질산이 용존 산소와 결합해 다시 재생성 되는 일종의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화학반응은 일반적으로 온도가 낮을수록 반응이 느려지지만, 얼음에서는 동결농축효과*라는 독특한 현상 덕분에 상식과 반대로 반응속도가 빨라진다. 극지연구소는 동결농축효과를 활용해 극지역 등의 얼음에서 일어나는 오염 물질의 축적, 정화 기능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8월호 게재됐다.

김기태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의약 성분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남극이나 북극까지 오고 있다”며 “이들이 동결 화학반응을 거쳐 독성이 강한 물질로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속 연구를 통해 극지생물에게 미칠 악영향을 진단하고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3.08.02.
 아세트아미노펜의 동결 화학반응 모식도. 동결 과정(좌측)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아질산과 용존산소에 의해 빠른 속도로 산화되어 다른 물질로 변화하는 반면, 상온의 액상 조건(우측)에서는 아질산염에 의한 아세트아미노펜 산화 반응 속도가 매우 느린 것을 확인할 수 있음. (제공: 극지연구소) ⓒ천지일보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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