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사리탑의 걸작으로 평가
승탑 해체 후 복원 작업 진행
​​​​​​​원주 유적전시관서 10일 귀향식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유리건판(서울 명동 소재 당시)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3.07.31.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유리건판(서울 명동 소재 당시)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3.07.31.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고려시대 승탑(僧塔,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묘탑)의 백미’로 꼽히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국보, 지광국사탑)이 112년 만에 제자리를 찾는다.

31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무단 반출돼 갖은 고난을 겪은 지광국사탑의 부재 33개 중 보존 복원을 마친 31개의 부재들이 8월 1일 강원도 원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으로 이전된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2016년부터 5년간 보존처리를 진행해왔다. 이중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옥개석(석탑 위를 덮는 돌)과 탑신석(석탑의 몸을 이루는 돌)을 제외한 31개 부재를 먼저 이송하기로 했다. 

이송된 지광국사탑 부재는 복원 위치가 확정될 때까지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기획전시 공간에 상설 전시돼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귀향식은 오는 8월 10일 유적전시관에서 열린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파손 상태 (출처: 국가기록원) ⓒ천지일보 2023.07.31.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파손 상태 (출처: 국가기록원) ⓒ천지일보 2023.07.31.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란

지광국사탑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지에 세워졌던 고려 시대 국사(國師) 해린(海麟, 984~1070)의 사리와 유골이 봉안된 승탑이다. 국사는 신라·고려 시대에 있었던 승려의 최고법계다. 지광국사탑은 고승이 입적한 후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존경심을 나타내기 위해 세워졌다.

화강암으로 제작된 지광국사탑은 통일신라 시대부터 유행했던 팔각원당형(八角圓堂型, 기단, 탑신 등이 팔각형으로 된 형식) 양식에서 벗어나 평면 4각형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양식을 보여준다. 정교하고 화려한 이국풍의 조각이 돋보이는 고려시대 사리탑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국사 해린이 입적한 1070년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가 세워진 1085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상층기단갑석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7.31.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상층기단갑석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7.31.

◆일제강점기 반출, 수난의 시대

지광국사탑은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와 함께 법천사터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반출되면 수난을 겪는다. 1911년 문화재 수탈에 혈안이 된 일본인에 의해 원주에서 서울로 이송됐고, 이듬해인 1912년 일본 오사카로 반출된다. 1915년에는 조선총독부의 명령으로 반환돼 경복궁 경내로 옮겨졌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학술조사 없이 방치되고 만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상층기단석_남면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7.31.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상층기단석_남면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7.31.

광복 후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경복궁 인근으로 날아드는 포탄에 의해 파손된다. 1957년 복원이 이뤄졌지만, 당시 복원 기술과 인식의 부족으로 시멘트 등을 사용해 여러 문제점을 남긴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부재 포장 전경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7.31.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부재 포장 전경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7.31.

이후 역사계 등에서 지광국사탑이 본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제대로된 복원없이 무작정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2016년 훼손된 승탑의 보존 처리를 위해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으로 옮겨졌고, 5년간 승탑을 전면 해체 및 보존·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결실돼 없어진 부재는 산지(産地)를 과학적으로 조사해 탑이 조성될 당시와 가장 유사한 석재를 구해 새로 제작했고, 파손부재들을 접착하는 등 잃어버렸던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되찾고자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광국사탑이 원래 있던 원주를 떠나 서울, 오사카, 경복궁, 국립문화재연구원 등 자리를 옮겨 다니다가 이번에 다시 원주로 돌아가는 여정은 직선거리로만 산정해도 1975㎞나 된다”고 말했다.

향후 문화재청은 원주시와 긴밀히 협의해 지광국사탑이 보존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검토한 후 최종 복원위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천사지유적전시관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7.31.
법천사지유적전시관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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