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무인기 침투 이후 필요성

‘하드 킬’ 아닌 ‘소프트 킬’ 방식

“무인기 잡기 쉽지 않”단 관측도

北 무인기 기술 수준엔 “의구심”

북한 조선중앙TV는 2023년 7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2023년 7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군이 갈수록 늘어나는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헬기 장착용 드론건(Drone Gun)을 도입한다.

지난 연말 북한의 무인기 침투 당시 육군 헬기가 기관총 사격을 했지만 격추에 실패한 이후 헬기에 장착하는 드론건의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북한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열병식에서 신형 무인정찰기와 공격형 무인기를 새로 개발해 등장시키자 이에 놀란 군이 도입을 서두르기로 한 것이다.

◆방사청, 내달 2일 사업 설명회

30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다음달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내 방산·일반 업체를 대상으로 ‘휴대용 드론건 사업’ 예비 설명회가 개최된다.

‘휴대용 드론건’ 사업은 무인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안티 드론건’을 헬기에 장착하는 사업이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무기 체계를 구매할 예정이다. 군이 드론건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용어상으로는 드론 격추와 관련 기관총 등 장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하드 킬(Hard Kill) 방식이 아니다. 이번에 도입하는 드론건은 무인기가 수신하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신호와 지상에서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 발신하는 조종신호를 교란해 무력화하는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은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와 관련 있는데, 당시 군은 이들 무인기를 추적하면서 코브라 공격헬기의 20㎜ 기관포로 한 차례 100여발 정도 사격을 가했지만 격추에는 실패했다.

또 북한으로 돌아가는 무인기를 프로펠러 항공기인 KA-1 경공격기로 추격하면서 사격할 기회가 있었으나 민간 피해를 우려해 결국 사격하지 못했다. 게다가 제트 전투기는 저속으로 비행하는 소형 무인기나 드론을 격추하기에는 되려 속도가 너무 빨라 임무 수행이 불가능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군이 이와 관련한 부수적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무인기를 공격할 수 있는 비물리적 수단인 소프트 킬 방식 무기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하던 차에 북한이 미국 무인기를 복사한 신형 무인기를 대놓고 선보이자 조속히 도입하기로 판단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23년 7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2023년 7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출처: 연합뉴스)

◆“드론건 개발 이미 상당한 수준”

국내 방산업체의 헬기 장착용 ‘드론건’ 개발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의하면 드론건은 ‘안티 드론 시스템’으로 GPS를 교란시키는 재밍(jamming·전파방해)방식에다가 잘못된 고도와 운항정보를 송신해서 방해하는 스푸핑(Spooing‧기만)이라는 기술이 혼합돼 있고 나아가 레이저를 조사해서 물리적 작동을 방해하거나 요격시키는 것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군이 채택한 드론건은 GPS를 교란해 적 무인기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일반적인 형태다.

군이 국내 방산업체들과 헬기 장착용 드론건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 전력화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앞서 군은 무인기 침투 직후인 지난해 12월 29일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면서 500MD 헬기에 드론건을 장착하고 타격하는 절차를 숙달했는데, 당시 사용한 드론건은 정식으로 전력화된 장비가 아니라 시험용으로 들여온 것들이다.

최 교수는 다만 “문제는 북한의 무인기가 2~3㎞ 저고도로 비행한다. 그러다 정찰을 하려면 짧게는 2~3백m로 낮게 나는데다 이리저리 변칙 기동을 할 텐데 드론건으로 잡을 수 있느냐”라며 “드론건은 유효사거리가 500m 내외다. 사거리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고 포착하더라도 요격하기가 어렵다. 드론건 도입은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드론 전력 강화를 위한 일종의 방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무기전시회와 27일 열린 이른바 전승절 열병식 등에서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을 선보였다. 두 기종은 각각 미국의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과 외형이 워낙 흡사해 미국 무인기를 복제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카피본인 무인기 전력을 공개한 건 과시 차원으로 보이는데, 관건은 이들 무인기의 기술 수준이 얼마나 정밀하고 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특히 MQ-9 리퍼는 대당가격이 2천억에 육박할 정도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우리도 상당부분 뒤쳐져 있는 분야라 의구심이 드는데 어떻게 작동하는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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