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집에서 장병들이 토사를 치우는 모습을 보던 윤제순(69)씨는 결국 눈물을 훔쳤다.
산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너무나도 처참했다. 집안으로 토사가 밀려들어 어디가 방이고 부엌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초토화됐다. 젖은 돌과 흙더미, 나무뿌리가 집안에 가득했고 벽과 문도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여... 어휴...”
진흙 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집 밖으로 꺼내 쌓아두던 최병두(64)씨는 기와가 반쯤 내려앉은 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5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벌방1리를 포함해 은풍면 은산·금곡리, 효자면 백석리 등 5개 지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토사에 매몰된 실종자도 많아 소방과 경찰, 군인 등 많은 인력이 투입돼 수색과 복구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다.
산사태 발생 후 나흘이 지난 19일 수해 복구 지원을 나온 해병대원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흙더미를 치우고 있었다. 비가 그친 뒤 쨍한 햇볕이 나오기 시작하니 장병들 얼굴엔 구슬땀이 맺혔다. 일부 주민들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장병들에게 음료를 전하고 함께 휴식을 취했다. 크레인을 동원한 실종자 수색 작업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기도 했다. 주민 30여명은 산사태를 피해 노인회관에서 함께 지냈다. 각 지역에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은 노인회관 앞에서 무료 빨래, 커피 나눔 등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내달부터는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택과 일시 대피한 주민들을 위한 호텔, 펜션도 마련된다.
막막한 현실이지만 이어지는 온정의 손길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다.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까.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새 보금자리를 찾고, 일상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래본다.